연소(燃燒)는 무얼까? 정답은 화학혁명으로 이어졌다. 혁명 전엔 어느 물질에 있는 플로지스톤이란 성분이 타서 공기로 빠져 나가는 게 연소였다. 혁명 이후 견고했던 패러다임은 와장창 깨지고 말았다. 어느 물질로 공기 중의 산소(酸素)가 들어오는 게 연소가 되었다. 급격한 산화(酸化) 작용이 연소다. 이 패러다임 전환의 장본인이 현대화학의 아버지인 라부아지에(Antoine Lavoisier 1743~1794)다. 하지만 그는 산소(Oxygen)라는 단어를 잘못 지은 듯하다. 그리스어로 옥시스(oxys), 즉 신 맛 나는 산(酸)을 만드는 게 산소(Oxygen)다. 그런데 수소이온 농도인 pH(percentage of Hydrogen) 값이 7보다 낮으면 산이니 수소가 산을 만든다. 그렇다면 산소를 달리 뭐라 이름짓는 게 좋을까? 중국에선 기운을 불어 넣는다는 뜻에서 양기(氧氣)라 하던데…
바로 전 536회 글에서와 같이 원자번호 6번인 탄소의 최외각 전자 4개는 4개의 손이 된다. 그래서 다른 원자들과 손잡는 힘이 강해 수많은 분자들이 된다. 결합력과 확장성이 뛰어난 탄소다. 이에 비해 원자번호 8번인 산소의 최외각 전자 6개는 6마리 불안한 늑대들이다. 2마리가 더 와야 안정된 8마리 한 가족을 이룬다. 그래서 산소 원자는 전자 2개를 얻으려고 여기저기 설치고 다닌다. 친화력과 활동성이 뛰어난 산소다. 산소같은 사람이 그렇다. 수소한테 붙어 물(H₂O)이 되어 대양을, 탄소한테 붙어 이산화탄소(CO₂)가 되어 대기를, 규소한테 붙어 이산화규소(SiO₂)가 되어 대륙을, 수소-탄소에 붙어 포도당과 지질을, 수소-탄소-질소에 붙어 아미노산을, 수소-탄소-질소-인에 붙어 핵산을 이룬다. 그러니 천지와 생명, 즉 천지생(天地生)을 만드는 게 산소다.
이렇게 달라 붙는 힘이 가장 강한 원소인 산소는 삶의 원천이다. 외호흡을 통해 허파로 들어온 산소는 피를 통해 세포의 미토콘드리아 속으로 들어온 영양분을 연소시켜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생명체가 힘을 내며 살아가는 이러한 세포호흡 작동 원리는 산소로 인한 산화, 즉 연소 작용 덕분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는 죽어가는 작동 원리이기도 하다. 그 죽음의 길을 늦출 순 있어도 막을 순 없다. 바로 유해산소인 활성산소의 문제다.
활성산소는 균이나 바이러스를 죽이므로 유익할 수도 있다. 유독성 항암제는 활성산소로 정상세포를 죽이면서까지 암세포를 죽인다. 그토록 강력한 활성산소는 산소-수소 결합에서 산소 쪽에 전자 하나가 더 있다(·OH). 외로워 미쳐 죽을 지경인 녀석이다. 그래서 다른 멀쩡한 정상세포들 속 원자들에서 전자 하나를 뺏어와 짝을 채우려 동네방네 설치고 다닌다. 전자 하나를 빼앗겨 산화된 원자는 더 이상 정상이 아니다. 항(抗)산화를 많이 못해, 즉 전자를 빼앗겨 비정상 원자를 많이 가진 미토콘드리아는 시들해진다. 노화와 만병의 근원이다. 죽음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정반대 삶의 길로 가면 산소가 영양분을 온전히 연소시켜 물이 된다. 그 덕에 살아간다. 그러니 산소를 활소(活素)라 부르면 어떨까? 살게-죽게 만드는 두 얼굴의 활소다. 산소라 명명한 라부아지에가 찬성하려나? 그렇다면 산소의 원소기호는 O보다 D가 낫겠다. 활력산소이면서 활성산소인 활소(Dynamic element)이기에….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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