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39> 핵산과 인산 ; 왜 하필 인?

bindol 2021. 11. 16. 04:45

다음 미네랄 중 핵산을 이루는데 반드시 필요한 원소는? ①마그네슘(Mg) ②아연(Zn) ③철(Fe) ④인(P) ⑤칼륨(K). 어렵지 않은 문제다. 정답은 ④번이다. 인(燐) 한자에 불 화(火)가 있다. 인은 그리스 어원으로 따질 때 불이 밝히는 빛(Phos)을 가져오는(phero) 것(os)이다. 영어로 포스포로스(Phosphorus)인 이유다. 연금술사들이 금을 만들려고 금과 색깔이 비슷한 누런 오줌을 끓여 졸이다 인을 발견했다는데… 인은 빛을 가져오는 원소만이 아니었다. 도대체 인이 어떻길래?

핵산이라 하면 왠지 건강에 좋은 거라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핵산(核酸)이란 낱말 그대로 세포 핵에 들어 있는 산성물질이다. RNA와 DNA다. 요즘 일상어가 되다시피 했는데 어려운 학술용어다. RNA(Ribo Nucleic Acid)는 탄소 5개짜리 5탄당인 리보스에 산소와 인이 결합된 인산과 네 종류(A U G C)의 염기가 붙은 분자 덩어리다. DNA(Deoxyribo Nucleic Acid)는 산소가 한 개 없는(De-oxy) 리보스에 역시 인산과 네 종류(A T G C)의 염기가 붙은 분자 덩어리다. 핵산이 탄수화물 지질 단백질과 다른 결정적인 점은 인의 함유 여부다. 물론 인이 함유된 지질의 하나로 인지질이 있지만 인은 어느 핵산에서건 필수 구성원소이다. 그렇다면 인이 필수인 핵산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이나 조미료는 인이 많이 들어간 음식이라 해도 영양학적으로 말이 되겠다.

인은 핵산의 필수 요소나 일개 미네랄로 그치지 않는다. 생명체가 에너지를 얻는 건 인이 있어서다. 즉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에 있는 아데노신3인산(ATP) 덕분에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에너지를 얻는다. 핵산에선 RNA와 DNA 각각 네 종류의 염기가 주역이지만 ATP에선 인이 있는 인산이 주역이다. 즉 미토콘드리아에서 세포호흡을 통해 ATP를 생성하고 ATP를 사용하여 에너지를 얻는데 그 중심에 인이 있다. 여기서 ATP를 사용한다는 건 고에너지로 결합된 인산이 풀릴 때 방출된 에너지를 쓴다는 뜻이다. 세 개의 인산이 결합된 ATP(Adenosine Tri-Phosphate)에서 인산 한 개가 풀리며 아데노신2인산, 즉 ADP(Adenosine Di-Phosphate)가 될 때, 또 ADP에서 마지막 인산 한 개가 풀리며 아데노신1인산, 즉 AMP(Adenosine Mono-Phosphate)가 될 때 각각 7.3kcal의 에너지가 나온다. 그런 작은 에너지들이 모여 새도 사람도 잠자리도 박테리아도 움직이며 산다.

어떻게 그다지도 정교한 메커니즘을 통해 생명체가 에너지를 얻으며 살아갈 수 있게 되었을까? 어느 지적 절대자가 그런 식으로 에너지를 얻도록 설계했었을까? 대단한 것은 그런 세밀한 과정을 밝혀낸 인간의 과학력이다. 영국의 크렙스(Hans Krebs 1900~1981)는 세포호흡의 전 과정을 낱낱이 밝히며 195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는다. 더 대단한 것은 대학입시를 위해 그렇게나 어려운 내용을 선택해 공부하는 학생들이다. 이해가 안 되면 암기라도 한다. 바로 여기서 궁금한 게 하나 있다. 왜 하필 그 많은 원소들 중에 원자번호 15번이며 최외각 전자가 질소처럼 5개인 인이 ATP에 동원되었을까? 그걸 스스로 묻고 깨달아야 진짜 공부(工夫)가 된다. 암기만 하면 그럴 여유가 없어진다. 뭐든 진짜 공부하자. 스스로 묻고 깨달으며… 그래야 격물치지(格物致知) 되어 진정한 앎에 이르게 되겠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