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중 인간이 살도록 만든 획기적 기술은? ①전자제품 기술 ②교통수단 기술 ③비료생산 기술 ④생명과학 기술 ⑤메타버스 기술. ①②④⑤번은 없어도 산다. 그러나 식량이 없으면 당장 죽는다. 정답은 ③번이다. 실제로 20세기초 하버·보슈 공법으로 만든 비료는 지구 가용(可容) 인구 30억 명을 넘어 너무 과할 정도로 70억 명 이상이나 먹고 살 수 있게 했다. 질소 가용(可用)을 통한 비료생산 기술은 인류역사상 가장 획기적 과학기술이었다.
도대체 질소가 뭐길래?
질소는 영어의 뜻과 한자의 뜻이 같지 않다. 영어로 니트로젠(Nitrogen)인 질소는 칠레에 많은 초석(Nitre)이 만드는(gen) 것이라는 뜻이다. 질소 원소기호가 N인 이유다. 한자로 질소(窒素)는 막히게 하는 원소라는 뜻이다. 우다가와(宇田川榕菴 1798~1846)라는 일본의 난학자가 만든 단어다. 실험관 공기를 태워 산소가 없고 질소만 있는 곳에 놓인 쥐는 죽는다. 그래서 죽이는 살소(殺素)인 질소다. 질소의 질(窒)과 똑같은 한자를 쓰는 단어가 숨막히게 하는 질식(窒息), 막히고 막힌 질색(窒塞)이다. 질색인 사람과 같이 있으면 숨막혀 질식할 수 있다. 질소가 그리 질식시키는 원소일까? 산소가 없어 숨이 막히지 질소가 있어 숨이 막히지 않는다. 그렇다면 질소는 적절한 낱말이 아니다. 뭐라 불러야 알맞을까? 중국에선 담기(氮氣)라 하던데…
H₂O에서 알 수 있듯이 물은 수소와 산소의 화합물이다. 그런데 질소와 산소로 이루어진 공기는 화학식이 없다. 공기는 질소와 산소의 화합물이 아니라 혼합물이기 때문이다. 공기 중 산소분자(O₂)와 질소분자(N₂)는 따로 논다. ‘케미’가 맞지 않아서다. 아무리 친화력과 활동성 좋은 산소라지만 질소한테는 바늘 뚫고 들어갈 작은 구멍조차 없다. 호흡을 통해 몸 안에 들어온 산소는 세포호흡에 쓰이지만 질소는 그냥 왔다 빠져 나간다. 공기의 약 80%나 되지만 정상 압력과 온도에서 생명체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무색 무미 무취 무해한 기체인 질소다. 과자의 산화를 방지하기 위해 봉지에 산소를 빼서 질소만 넣는 이유다.
질소는 왜 그럴까? 역시 최외각 전자로 설명된다. 원자번호 7번인 질소의 최외각 전자는 5개다. 그래서 질소 원자끼리 일중결합(N-N)이나 이중결합(N=N)이 아니라 삼중결합(N≡N)을 이룬다. 다음 세 가지로 강력한 결합이 풀려야 질소화합물이 되어 질소가 고정되며 질소를 쓸 수 있다. ①번개가 치면 질소는 물에 녹아 암모늄염(NH₄+)이 된다. ②콩과식물의 뿌리혹세균은 질소를 질산염(NO₃-)으로 바꾼다. ③하버(Fritz Haber 1868~1934)가 했듯이 공기 중 질소로 암모니아(NH₃)를 합성한다. 그는 무에서 유를 만든 듯한 창조적 발명으로 1차대전 중에 탄약과 생화학무기를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1918년 노벨 화학상을 받는다.
스웨덴 아카데미는 그의 업적을 이렇게 평가했다. “공기로 빵을 만들었다!”
질소는 하늘과 땅을 위아래 좌우로 돌다 세포로 들어와 질소동화작용을 통해 아미노산을 합성하고 단백질 핵산 효소를 만든다. 이처럼 생명(Life)의 바탕인 질소를 생소(生素)라 하면 어떨까? 그렇다면 원소기호는 L이 좋겠다. 하지만 생태계 교란으로 질소 순환이 온전히 안된다면? 생소인 질소는 생명을 질식시키는 질소가 된다. 큰 일이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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