螂丸集

붕우별론(朋友別論)

bindol 2021. 11. 3. 05:33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역경의 2번째인 곤괘(坤卦)의 괘사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렵고, 논란이 많은 구절은 서남득붕(西南得朋), 동북상붕(東北喪朋)이다. 우선 붕의 의미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둘째는 왜 서남쪽에서는 붕을 얻을 수 있지만, 동북쪽에서는 붕을 잃는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왕보림(王寶琳)은 붕과 우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붕은 동성끼리의 관계, 우는 이성끼리의 관계라고 주장했다. 어떤 사람은 붕을 붕패(朋貝)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고대에는 조개를 화폐로 사용했다. 조개 10개를 꿴 것을 붕이라 했으므로 돈 꿰미라는 뜻이라고 했지만, 아무래도 이 구절과는 무관하다. 그러나 손괘(損卦)의 육오효와 익괘(益卦)의 육이효에서 혹익지십붕지구(或益之十朋之龜)라고 한 것은 벗을 가리킨다기보다는 돈의 단위가 옳다. 고형(高亨)은 곤괘의 붕도 돈의 단위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서남쪽으로 가면 돈을 얻게 되고, 동북쪽으로 가면 돈을 잃게 된다는 뜻이다. 단전에서는 서남득붕은 동류와 함께 행할 수 있으며, 동북상붕이라도 결국은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서 득붕은 새로운 붕을 얻는다기보다는 원래부터의 붕과 함께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붕은 동성의 벗을 가리키는 것이 확실하다. 곤덕을 지닌 여성이 곧 동류인 것이다. 상붕은 원래부터의 벗을 잃는다는 뜻이지만, 새로운 이성의 벗을 만나게 되므로 기쁜 일이 생기게 된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동성의 벗을 잃고 새로운 이성의 벗을 만나는 것은 생명의 탄생을 위함이다. 이것이 만물의 번성을 이룩하는 대지의 덕성이다. 동류에서 벗어나 이류를 만나려는 것이 출가(出家)의 첫 단계이다. 출가는 또 다른 생명계로 들어가는 방법이다.

현대 중국어에서는 친구를 펑요우(朋友)라고 한다. 붕과 우의 사전적 의미는 거의 유사해 확실하게 구분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상의 견해에 따라서 굳이 구분한다면 붕은 동성끼리의 관계, 우는 이성끼리의 관계를 의미한다. 붕은 완전히 같은 성질을 가진 존재들끼리의 관계이지만, 우는 단순한 동(同)이 아니라 다른 성질을 가진 존재와의 화(和)를 의미한다. 공자는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지만,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라고 했다. 또 후대 페미니스트로부터 지탄을 받는 ‘여자와 소인만은 기르기가 어렵다(唯女子與小人難養)’는 말도 했다. 기른다는 말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킨다는 뜻이다. 여자와 소인을 같은 동류로 본 공자의 견해에 대한 시비는 다음으로 미루고, 화이부동이라는 말만 풀이하겠다. 화이부동은 군자는 대립되는 존재들을 하나의 개념 속에서 통일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는 뜻이다. 국어(國語)에서 사백(史伯)은 화실생물(和實生物), 동즉불계(同則不繼)라고 했다. 화는 대립된 존재의 결합이므로 만물을 생성시킬 수 있지만, 같은 것들끼리는 계통을 잇지 못한다는 뜻이다. 또 예기(禮記) 악기(樂記)에서는 대악(大樂)은 천지와 더불어 동화하고, 대례(大禮)는 천지와 더불어 동절(同節)한다고 했다. 동화는 화이부동, 동절은 같은 것들끼리의 묶음을 가리킨다. 묶음은 절도와 질서를 의미한다. 역경 손괘(損卦)에서는 세 사람이 행하면 하나를 잃지만, 홀로 행하면 우(友)를 얻는다고 했다. 악기와 손괘에서 한 말은 국어에서 사백이 한 말과 같다. 그렇다면 서남득붕은 서남쪽에서 새로운 친구를 얻는다는 뜻이 아니라, 동성인 원래의 친구를 유지한다는 뜻으로 붕은 있지만 우는 없다고 이해해야 한다. 동북상붕은 원래의 붕을 잃고 새로운 이성의 우를 얻는다고 이해해야 한다. 시경의 첫머리의 요조숙녀(窈窕淑女), 군자호구(君子好逑) 즉 요조숙녀는 군자가 가장 좋은 짝이라는 구절도 서남득붕, 동북상붕과 상통하지 않은가? 붕도 좋지만 우를 찾아야 할 때이다.

출처 : 천지일보(http://www.newscj.com)

'螂丸集'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돈 귀신  (0) 2022.03.06
通天地人曰儒(하늘·땅·사람의 도에 통한 사람을 가르켜 유라한다)  (0) 2021.12.12
長江後浪推前浪  (0) 2021.11.01
涉世淺 點染亦淺 / 菜根譚  (0) 2021.10.24
황학루 / 최호  (0) 2021.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