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속의 한국사

용비어천가, 한글로 쓴 첫 번째 책이래요

bindol 2021. 11. 3. 19:06

 한글을 사랑하는 어린이들이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 모였어요. /이진한 기자

 

올해는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지 567돌을 맞는 해이며, 어제는 한글날을 양력 10월 9일로 정한 지 68주년을 맞는 날이었어요. 한글날이 23년 만에 다시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곳곳에서 한글날을 기념하는 행사들이 풍성하게 열렸지요. 즐거운 가을 나들이로 하루를 보내는 가족들로 전국이 북적였답니다. 훈민정음은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란 뜻의 한자 이름이며, 한글은 1910년 무렵부터 국어학자인 주시경 선생님이 '한민족의 글' 또는 '큰 글'이라는 뜻의 순우리말 이름이에요. 다들 잘 알고 있지요? 그렇다면 한글, 즉 훈민정음으로 엮은 최초의 책은 무엇일까요?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아니하므로/꽃이 좋고 열매가 많이 열리며/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도 끊이지 아니하므로/ 시내를 이루어 바다로 흘러간다'. '용비어천가' 제2장 내용 중 일부예요. 이런 멋진 글귀가 담긴 '용비어천가'가 한글로 엮은 최초의 책이랍니다. 용비어천가는 세종대왕이 명령해 1445년에 편찬(★), 1447년에 간행(★)했어요. 이 책의 내용은 조선왕조를 세우기까지 목조·익조·도조·환조·태조·태종의 공적(★)을 옛날 중국에서 벌어진 일들과 함께 기리는 노래이지요. 용비어천가를 한글로 짓게 한 이유는 태조 이성계가 조선왕조를 세우게 된 정당성을 백성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서였어요. 태조 이성계는 세종대왕의 할아버지라는 것은 다들 알지요?

용비어천가와 비슷한 시기에 '석보상절'과 '월인천강지곡'이라는 책도 한글로 펴냈어요. 석보상절은 석가모니의 일대기를 기록한 내용이며, 월인천강지곡은 석가모니의 공덕을 찬양하며 지은 노래이지요. 유교를 숭상(★)하고 불교를 멀리하는 정책을 내세운 조선에서 부처의 일대기와 그를 찬양하는 책을 펴낸 이유는 무엇일까요? 백성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였어요. 조선 초기였던 당시 백성은 고려 때처럼 여전히 불교를 믿고 따랐거든요. 백성이 믿고 따르는 불교에 관한 책을 한글로 펴내 백성이 한글에 관심을 갖게 하려는 의도도 있었고요.

그 뒤로는 유교적 사고방식과 예절, 문화를 백성에게 가르치려는 목적으로 '삼강행실도'를 한글로 풀이한 책들도 나왔어요. 한글로 펴낸 '효경' '소학'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지요.

 (사진 왼쪽)세종대왕 때 한글로 펴낸 석보상절은 당시 우리말의 쓰임새를 보여주는 귀한 자료로 꼽히지요. (사진 오른쪽)용비어천가는 한글로 기록된 가장 오래된 책으로 알려져 있어요. /토픽이미지·Getty Images/멀티비츠

기독교 성경도 한글과 깊은 관계가 있어요. 우리나라에 기독교가 널리 전파되는 데 한글이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지요. 한글로 번역된 성경을 통해 기독교 교리가 이 땅에 널리 전해져, 기독교를 믿는 사람이 늘어나게 되었어요. 더불어 한글 성경이 한글을 교육하고 보급하는 데 큰 도움을 주기도 했어요.

개화기인 19세기 후반에는 우리말 신약성서가 간행되었어요. 이 책은 선교사와 신자들이 성경을 널리 알리기 위해 한자 대신 한글로 성경을 번역한 것이에요. 당시 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던 선교사들은 많은 사람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일에 적극 참여했어요. 최현배, 김윤경 등 한글 학자 가운데 기독교인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요.

★반포: 세상에 널리 퍼뜨려 알게 함.

★편찬: 여러 가지 자료를 모아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책을 만듦.

★간행: 책 따위를 인쇄하여 발행함. 출판.

★공적: 노력과 수고를 들여 이루어 낸 일의 결과

★숭상: 높여 소중히 여김.

 

지호진 | 어린이 역사전문 저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