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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사기엔 없지만, 삼국유사엔 있어요… 환웅·단군왕검의 신비로운 건국이야기

bindol 2021. 11. 4. 04:29

'삼국사기'는 임금·신하 중심으로 기록
130년 후 일연 스님이 쓴 '삼국유사'는 민간설화·신화·전설까지 다루었어요
유교 사회 조선에선 인정 못 받았지만 최근 역사책으로서 가치 재평가됐죠

최근 '삼국유사'에 기록으로만 남아 있던 절이 화제가 되었어요. 그 절터에서 절의 이름이 새겨진 기와가 발견되었기 때문이에요. 이 절의 이름은 '미탄사(味呑寺)'입니다. 미탄사는 신라시대의 절로, 삼국유사에 '미탄사는 황룡사 남쪽에 있으며, 미탄사 남쪽에 있는 옛터가 최치원의 옛집'이라고 기록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지금까지 황룡사 남쪽에 미탄사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었는데, 기와가 발견되면서 그 위치를 분명히 알 수 있게 된 거예요.

이처럼 삼국유사는 신라시대의 구체적인 지명까지 알려줄 만큼 중요한 역사책이랍니다. 그럼 그 가치를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삼국유사의 지은이를 찾아 고려시대로 역사 여행을 떠나 봅시다!

◇노스님이 쓴 역사책 '삼국유사'

1280년 무렵, 지금의 경상북도 군위에 있는 인각사라는 절에서 한 노스님이 무엇인가를 열심히 쓰고 있었어요. 다른 스님이 노스님의 방에 들어와 인기척을 하여도 모를 정도였지요.

"스님, 무엇을 그리 열심히 쓰십니까? 부처님의 깨달음을 설명하는 글입니까?"

"그렇다네. 그것도 우리의 역사와 함께 말이지."

"우리 역사요?"

"그렇다네. '삼국사기' 같은 역사책에는 부처님의 이야기가 빠져 있지 않은가. 백성의 이야기처럼 다루지 않은 사실도 많지. 단군왕검과 고조선처럼 신비롭고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의 여러 이야기를 담고자 하네."

 그림=이창우

인각사에서 열심히 우리 역사책을 쓴 노스님은 고려 충렬왕 때 국사(國師)를 지낸 일연 스님이었어요. 국사는 나라의 스승이 될 만한 승려에게 나라에서 내려준 칭호이지요. 일연 스님은 96세의 어머니를 봉양하기 위해 고향에 내려왔다가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고향 근처 인각사에 머물며 자신이 쓰던 역사책을 완성했어요. 그 책이 바로 삼국유사예요.



◇삼국유사보다 130여년 앞서 나온 '삼국사기'

일연 스님이 삼국유사를 쓰기 130여년 전인 1145년 무렵, 고려의 제17대 임금인 인종의 명령을 받아 김부식을 중심으로 여러 학자가 삼국시대 역사를 기록한 책을 편찬했어요. 바로 '삼국사기'예요.

삼국사기에는 임금과 신하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삼국시대의 역사가 기록되었답니다. 김부식은 유학자였던 만큼 유학의 덕목, 즉 충효(忠孝)를 중시했거든요. 그래서 삼국사기에 임금과 신하의 충효에 관한 내용을 적어 교훈으로 삼고자 했어요.

그리고 부처의 가르침이나 신비스러운 옛이야기는 유교의 덕목을 널리 알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요. 그대로 믿을 수도 없다고 여겼고요.

그래서 삼국사기에는 백성의 이야기나 부처의 가르침, 신비로운 옛이야기 등이 기록되지 않았습니다. 일연 스님은 고려를 대표하는 역사책에 이런 것이 빠져 있다는 점이 아쉬웠던 거예요.



◇재미있는 신화·전설·민담 등 담긴 역사책

'예로부터 임금은 태어날 때부터 남들과 다르다고 하였다. 중국 역사책에서도 여러 임금이 태어날 때 신비롭고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고 하였지. 그러니 우리의 시조도 신비스럽고 기이한 데서 나왔다고 하여 무엇이 괴이하겠는가?'

이런 생각을 품은 일연 스님은 삼국유사에 단군왕검의 탄생과 고조선 건국을 비롯하여 삼한과 부여, 삼국과 가야 등 고대 여러 나라의 건국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또한 일연 스님은 백성의 목소리도 듣고자 했어요. '부처님의 가르침은 임금과 귀족만이 아니라 우리 백성도 열심히 지켰다. 그러니 백성의 이야기 역시 소중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민간에 전하거나 떠도는 다양한 전설과 민담도 외면하지 않았지요. 그 덕분에 우리는 삼국유사를 통해 먼 옛날에 살았던 평범한 사람들의 생각과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조선시대까지 무시당한 삼국유사, 최근 가치 재평가

삼국사기는 한자로 '三國史記'라고 써요. 즉 고구려·백제·신라 세 나라의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책이라는 뜻이에요. 그런데 삼국유사는 한자로 '三國遺事'라고 쓰지요. '유사(遺事)'라는 말은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사건이란 뜻으로, 역사 기록에서 빠졌거나 자세히 다루지 않은 것을 채워 넣는다는 의미가 있어요. 삼국사기에서 빠진 내용을 기록한 책이란 뜻입니다.

안타깝게도 삼국유사는 조선시대까지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어요. 지배층 대부분이 유교를 숭상했기 때문에 승려가 쓴 역사책을 낮추어 본 데다 신화와 전설, 민담처럼 믿기 어려운 이야기가 많아 제대로 된 역사책이라고 평가하지 않은 것이에요. 그러다가 최근에 와서야 우리 옛 문화와 백성의 생활이 주목받으면서 그 가치가 다시 평가되고 있어요. 이번에 미탄사의 기와가 발견되어 알게 된 것처럼, 정확하고 중요한 역사적 사실도 많이 담겼다고 생각하게 되었고요.

[함께 생각해봐요]

삼국유사에는 '연오랑과 세오녀' 등 많은 설화가 담겼어요. 삼국유사에 실린 설화에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고, 각 설화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한번 생각해 보세요.

지호진 | 어린이 역사 전문 저술가

감수=문동석 | 서울여대 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