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김씨·풍양 조씨 세도정치 때 부패한 관리들 조세를 명분 삼아
곡식 빌려주고 이자 붙여 받는 등 백성들에게 부당하게 세금 거둬
철종 때 전국 70곳서 민란 일어나
제20대 국회의원을 뽑는 4·13 총선이 내일모레로 다가왔어요. 어린이 여러분은 선거권이 없더라도, 부모님·조부모님·언니·오빠에게 꼭 소중한 선거권을 행사하라고 말해주세요.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후보자를 고르기 위해서는 그가 내건 공약이 무엇인지, 현실성은 있는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겠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정보포털(policy.nec.go.kr)에 접속하면, 자기 선거구에 나온 후보자의 공약을 찾아볼 수 있답니다.
매 선거철이 되면 많은 후보가 우리 지역구에 새로운 지하철역을 짓겠다는 공약을 공통적으로 내걸어요. 이런 공약은 돈이 굉장히 많이 들지요. 이를 실현하려면 세금을 더 걷는 일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겠지요. 그래서 더욱 공약의 현실성을 평가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역사적으로 보면, 세금을 많이 걷었더니 평범한 사람들이 억울한 세금을 내거나 중간 단계 관리들이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답니다. 오늘은 조선 후기 세금 제도 때문에 백성들이 곤란을 겪었던 '삼정의 문란'에 대해 살펴볼게요.
◇억울한 세금을 내야 하는 백성들
1800년대 중반, 조선 제24대 임금인 헌종이 왕위에 있을 때였어요. 왕비의 친척인 안동 김씨와 풍양 조씨 가문의 사람들이 번갈아 권력을 쥐고 싸우며 자기들만을 위한 통치를 했어요. 백성들의 삶은 안중에도 없었지요. 이를 세도정치라고 불러요. 이 두 가문 출신의 높은 관리들은 돈을 받고 벼슬자리를 팔았어요. 유능한 사람이 아니라 돈을 주고 관직을 산 사람들이 마을 사또가 되었지요. 사또는 백성들의 재물을 부당한 방법으로 마구 빼앗았어요. 한마디로 나라 이곳저곳에 부정부패가 들끓었지요. 백성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이 오갔어요. "요즘 백성들을 가장 화나게 하는 게 뭔 줄 아나?" "안동 김씨와 풍양 조씨의 세도정치?" "그건 양반들 얘기지. 백성들을 가장 화나게 하는 건 억울하게 내야 하는 조세야." "맞네. 삼정의 문란 때문에 백성들 살기가 너무 어려워."
▲ 그림=이혁
조선 후기 나라 살림의 바탕이 되는 세금 제도는 전정·군정·환정 세 가지였어요. 이 세 가지를 합쳐 삼정이라고 불러요. 우선, 전정(田政)은 토지에 대한 세금을 걷는 일을 말해요. 농사짓는 토지를 조사하고 땅의 크기 등을 측량한 것을 바탕으로 1년에 그 토지에서 거둬들이는 곡식의 양을 검사해서 세금을 매겼어요. 둘째, 군정(軍政)은 16~60세 남자들에게 군포를 걷는 일을 말해요. 옛날에는 전쟁이 없을 때 국방의 의무를 나라에서 하는 공사 일에 동원되는 것으로 대신하게 했는데, 그런 공사가 매번 있는 게 아니므로 평소에는 군포라는 옷감을 내게 했어요. 환정(還政)은 곡식을 구하기 어려워 굶어 죽기 쉬운 봄에 곡식을 꿔주고 추수철인 가을에 이자를 붙여 곡식을 갚게 하는 것이랍니다.
세도정치 시기에는 이 세 가지 제도를 운영하는 관리들이 부정부패해 온갖 못된 짓을 벌였어요. 이를 삼정의 문란이라고 불러요. 원래 내야 하는 토지세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내라고 하거나, 자기가 소유하지 않은 토지에까지 세금을 매기기도 했어요. 돈이나 세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뇌물을 받고 군역을 면제해주고 가난한 농민들만 군역을 지게 되는 일이 벌어졌지요. 그래서 군역으로 마련해야 할 군포가 부족해지자 백골징포(白骨徵布·죽은 사람의 이름을 군적과 세금 대장에 올려놓고 군포를 받던 일)를 하기도 했어요. 또 군포를 내지 못하고 도망친 사람이 있으면 이웃이나 친척에게 대신 내게 하고, 아직 군역을 부담하지 않아도 될 어린아이들까지 군적에 올려 군포를 거뒀어요. 환곡에 대해서도 빌려주는 곡식에 모래나 겨를 섞어 실제 양을 줄이고는 나중에 거두는 곡식에는 높은 이자까지 부담해 돌려달라고 했대요. 환곡을 받지 않겠다는 백성에게도 강제로 곡식을 빌려주거나, 이자를 곡식 대신 돈으로 내게 하여 하급 관리인 아전들이 부당한 이익을 얻기도 했어요.
◇화난 백성들이 민란을 일으키다
헌종이 죽음을 앞두었을 때 대왕대비 순원왕후와 그와 손을 잡은 안동 김씨 일파는 조정을 자기들 마음대로 주무르기 위해 허수아비 왕을 다음 왕위에 앉히기로 결의했어요. 그래서 정조의 이복동생 은언군의 후손으로 자신이 왕족인 줄도 모른 채 강화도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던 철종을 찾아냈지요. 철종은 헌종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르게 되고요. 철종은 삼정의 폐단을 바로잡기 위해 '삼정이정청'이라는 개혁 기관을 만들지만, 실권을 가진 부정부패 관리들에게 가로막혀 자신의 뜻을 펼 수 없었어요. 삼정의 문란이 계속되자 참다못한 농민들은 경상도 진주를 시작으로 전라도, 충청도 공주 등 전국 70여 곳에서 크고 작은 민란을 일으켰어요. 삼정의 문란은 사리사욕에만 눈이 먼 윗사람들의 행동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고통스러운 삶을 초래한다는 것을 보여준답니다.
기획·구성=김지연 기자
지호진·어린이 역사전문 저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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