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속의 한국사

[뉴스 속의 한국사] 한글이 모방글자? 발음기관 본떠 만든 독창적 문자

bindol 2021. 11. 7. 04:38

[훈민정음 반포 570년]

몽골제국의 파스파문자, 생김새 비슷하고 글자 수 같아
한글에 영향 미쳤단 주장 나와
훈민정음 해례본에 제작 원리 담겨 "혀·이 모양 본떠 만들었어요"
쉬운 글자로 백성 가르치려 했어요

어제(9일)는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어 반포한 것을 기념하는 한글날이었어요. 올해로 세종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지 딱 570년이 되었답니다. 그런데 최근 "한글이 몽골의 파스파문자를 참고해 만든 문자"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어요. 더불어 "한글을 만든 목적이 한자음을 제대로 표기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고요. 어떤 기사는 이런 연구 결과를 전하며 "몽골의 파스파문자가 한글의 뿌리"라고 전하기도 했지요. 정말로 한글은 몽골의 파스파문자를 근간으로 만든 것일까요?

파스파문자는 중국 원나라의 쿠빌라이 칸 때 티베트 승려였던 파스파가 티베트문자를 참고해 1269년에 만든 문자입니다. 파스파문자는 한글과 마찬가지로 글자로 소리를 나타내는 표음문자예요. 광대한 몽골제국 안에 있던 여러 민족의 언어를 표기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널리 쓰이지 못하고 곧 사라졌어요.

그럼에도 파스파문자 중 몇 글자가 한글과 비슷하게 생겼고, 파스파문자의 자음·모음이 43자인 것과 한글의 초성 32자, 중성 11자를 합친 개수가 같다는 점을 바탕으로 "파스파문자가 한글을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죠.

과거에도 '한글이 다른 문자를 모방한 글자'라는 주장이 여러 번 나왔었어요. 조선시대 학자들은 "한글이 인도의 글자를 모방했다거나 몽골의 파스파문자를 모방했다"고 주장하기도 했고, 일제강점기에는 '창호지에 붙은 문살의 모습을 본떠 한글을 만들었다'는 주장까지 나오기도 했어요.

그러던 중 '훈민정음 해례본'이라는 책이 발견되면서 이 모든 논란은 마침표를 찍게 되었습니다. 세종의 지시로 만들어진 이 책에 '훈민정음이 사람의 혀와 이, 목구멍 등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떠서 만들었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대부분의 학자는 한글이 파스파문자를 모방했거나 그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답니다.

물론 한글을 만드는 과정에서 다른 나라의 다양한 문자들을 참고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글을 만든 세종이 직접 제작 원리를 풀어 설명하고 있으니 어떤 글자에서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는지는 그저 상상의 영역일 뿐이지요.

한글의 독창성은 그 표기 방식에서도 알 수 있어요. '한'이라는 글자를 분석해보면 'ㅎ' 'ㅏ' 'ㄴ'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나의 글자를 세 부분으로 구분하고 자음과 모음을 조합해 표기하는 방식은 세계 어떤 문자들에서도 찾아볼 수 없어요.

'한글이 한자음을 표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 돼요. 한글이 한자음을 표기하려는 목적을 가진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만을 위해서 만들어지진 않았기 때문이죠.

세종은 당시 신분에 따라 한글이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생각한 듯합니다. 글공부하는 양반들의 경우에는 한자음이 통일되지 않아 한자를 공부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래서 한글을 만들고 '동국정운'이라는 책을 편찬해 한글로 한자음을 교정하고 통일하였어요.

백성들에게는 한글이 어떻게 사용되길 바랐을까요? 한글 창제가 부당하다는 신하들의 주장에 대해 세종은 "내가 만일 한글로 '삼강행실'을 번역하여 반포하면 어리석은 남녀가 모두 쉽게 깨달아 충신·효자·열녀가 반드시 무리로 나올 것이다"라고 반박했어요. 세종은 백성들이 글을 몰라 성리학을 배우지 못해 도덕적인 세상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한 거예요. 백성이 배우기 쉬운 글자를 만들어 법과 도덕을 가르치려는 게 세종이 한글을 만든 중요한 목적이었던 것이죠. 사실 훈민정음(訓民正音)의 뜻이 '백성(民)을 가르치는(訓) 바른(正) 소리(音)'라는 것만 보아도 세종이 왜 한글을 만들었는지 잘 알 수 있답니다.

☞'훈민정음 해례본'

‘훈민정음’은 세종이 한글을 만든 이유를 담은 ‘어제 서문’, 자음과 모음의 정의와 문자 구성 등을 설명한 ‘예의’, 한글의 제작 원리와 실제 예시를 풀어쓴 ‘해례’, 정인지가 쓴 ‘서문’. 이렇게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이 가운데 한글의 제작 원리가 담긴 ‘해례’가 들어 있는 판본을 ‘훈민정음 해례본’이라고 불러요. 이 책이 발견되기 전에는 한글의 제작 원리를 알지 못했지만, 근대에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되면서 한글의 비밀이 풀리게 되었답니다.




 

윤형덕 하늘고 역사 담당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