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 속 이민자들]
아유타국 허황옥, 김수로왕과 혼인
왕자 두 명에게 '허씨' 성 물려줘… 김해 김씨·김해 허씨 뿌리 같아
이성계 의형제 맺은 여진족 이지란, 조선 건국 때 큰 공 세우기도
올해 노벨상 수상자 절반도 이민자
올해 노벨상 수상자 총 11명 중 6명(물리학상 3명·경제학상 2명·화학상 1명)은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 미국 시민권을 가지고 미국 대학에 소속된 이민자(자기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로 이주하여 사는 사람) 출신이에요.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인 노벨화학상 수상자 프레이저 스토더트는 "미국이 지금 같은 최강국이 된 이유는 미국의 국경이 열려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답니다.
우리 역사에서도 먼 옛날부터 이민자들이 있었어요. 이들은 외국의 새로운 문물을 이 땅에 들여온 동시에 우리 언어와 문화, 풍습에 적응하며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이 되었어요.
◇아유타국의 공주 허황옥
"저는 아유타국의 공주 허황옥입니다. 부모님이 꿈에서 '가락국의 김수로왕이 아직 배필을 정하지 못했으니 공주를 보내라'는 하느님의 말씀을 들었고, 그 말씀을 받들어 이곳에 오게 되었지요."
'삼국유사'에는 금관가야를 세운 김수로왕을 만난 허황옥이 한 말이 전해지고 있어요. 허황옥은 지금으로부터 약 2000여 년 전인 서기 48년 아유타국이라는 먼 나라에서 붉은 돛과 붉은 깃발을 단 배를 타고 긴 항해 끝에 남해 부근에 도착했어요. 그리고 김수로왕을 만나 결혼을 하고 금관가야의 왕비가 되었지요.
▲ 금관가야의 김수로왕과 결혼한 아유타국 공주 허황옥(맨 위 그림)과 왜군의 장수로 조선에 귀화한 김충선(본명 ‘사야가’·아래 왼쪽 그림), 태조 이성계와 의형제 사이였던 여진족 출신 이지란(아래 오른쪽 그림) 등 우리 역사에는 여러 이민자가 있었답니다. /양천허씨 홈페이지·위키피디아
둘 사이에서는 왕자 10명이 태어났는데, 이 중 두 왕자가 어머니 허황옥과 같은 허씨 성을 물려받았답니다. 그래서 김수로왕과 허황옥을 시조로 삼고 있는 김해 김씨와 김해 허씨 사람들은 '비록 성은 다르지만 두 성씨는 서로 뿌리가 같다'라고 믿고 있어요.
신라의 제4대 임금인 석탈해도 다파나국에서 태어나 바다를 건너 한반도에 정착한 이민자 출신이에요. 다파나국의 정체를 두고 학자들은 인도 남부 타밀 지역, 아시아 북동부에 있는 캄차카반도, 일본 열도 등 여러 주장을 내놓고 있어요.
◇고려에 귀화해 성씨의 시조가 된 이민자들
고려 때에도 여러 외국인이 귀화해 역사에 이름을 남겼어요. 1274년 고려 충렬왕의 왕비가 된 원나라 세조의 딸 제국대장공주를 따라 고려에 온 위구르인 장순룡은 고려에 귀화에 높은 벼슬을 지내고 덕수 장씨의 시조가 되었어요. 덕수 장씨는 조선시대에도 정승을 여럿 배출하는 명문가가 되었는데, 효종의 부인이자 현종의 어머니인 인선왕후도 덕수 장씨 출신이랍니다.
화산 이씨의 시조인 이용상은 베트남 리 왕조의 왕자였어요. 리 왕조를 무너뜨리려는 반란이 일어나면서 고려까지 피신한 이용상은 황해도 화산(花山) 지역에 정착해 화산 이씨의 시조가 되었어요.
고려 광종 때 귀화해 과거제도 시행을 건의한 쌍기는 중국의 '후주'라는 나라에서 왔고, 고려 말과 조선 전기에 중국과의 외교에서 큰 역할을 한 문신 설장수도 위구르족 출신이었어요.
◇조선을 세우고 지킨 이민자들
여진족 출신인 이지란은 태조 이성계와 의형제를 맺고 함께 오랑캐와 왜구를 물리쳤어요.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할 때에도 큰 공을 세웠고요.
임진왜란 때 왜군의 장수로 조선에 왔다가 조선을 사랑하게 되어 조선에 귀화한 김충선(사야가)은 이후 조선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전쟁터에 나섰답니다. 그는 일본에서 배운 조총과 화포 등 일본의 무기 제조 기술을 조선에 전하기도 했지요.
조선 인조 때 제주도에 표류한 네덜란드인 벨테브레이도 조선에 귀화해 '박연'으로 이름을 바꾸었어요. 박연도 조선의 화포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고 해요.
☞위구르족
투르크족의 일파인 위구르족은 중국 서북부와 중앙아시아 일대에 사는 유목 민족이에요. 기원전 3세기경 시베리아 바이칼 호수 부근에서 형성되었고, 8세기 무렵 이슬람 제국과 힘을 합쳐 당나라와 맞선 것을 계기로 이슬람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오늘날 중국의 신강-위구르 자치주에 위구르족 약 800여만명이 살고 있어요.
지호진 어린이 역사 전문 서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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