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공포정치와 대한민국
佛대혁명이 낳은 공포정치 혁명재판과 법에 의한 보복
혁명정신 스스로 짓밟은 그들 한국은 혁명인가 공포정인가
프랑스대혁명은 민중을 위해 민중이 봉기한 사건이다. 1789년 7월 14일 횃불을 든 파리 민중이 바스티유 감옥을 해방시켰다. 수감된 죄수는 7명이었다. 좀도둑 4명, 가족에 의해 수감된 변태성욕자 2명, 그리고 20년 전에 수감된 반(半)미치광이 루이 16세 암살 미수범.
정치범은 없었다. 당황한 군중은 수염을 근사하게 기른 ‘지성인 풍모의’ 변태성욕 귀족을 앞세워 파리에 입성했다. 가는 곳마다 귀족들을 참수해 목을 매달았다.
1793년 9월 5일 파리 국민공회에 참가한 혁명파 변호사 클로드 로이어가 발언했다. “공포를 오늘의 법으로 만들자. 평등의 칼날이 만인의 머리 위로 휘날리게 하자. 진정한 혁명군을 구성하자. 끔찍한 혁명재판과 법에 의한 무서운 보복 절차가 뒤를 잇게 만들자. 공화국 영토에서 반역자들이 제거되고 마지막 음모자들의 죽음이 올 때까지.”
‘공포정(Reign of Terror)’이 공식 개시된 날이었다. 이틀 뒤 구성된 혁명군은 함께 공포된 ‘용의자법(Law of Suspects)’에 따라 반혁명분자 색출 작업을 개시했다. 혁명 초기에 제정된 ‘프랑스 인권선언’은 망각됐다.
‘용의자법'은 공화국 영토 내 반혁명분자 즉각 구금을 규정했다. ‘용의자’는 첫째 개인 혹은 집단적 대화나 저술로 폭정을 지지하고 자유의 적임을 드러낸 자, 둘째 자기 생계 수단 및 의무 수행 사실을 증명할 수 없는 자, 셋째 애국심 증명을 거부한 자, 그리고 구 귀족과 그 남편, 아내,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과 딸, 형제와 자매와 망명 귀족들의 첩자. 즉, 만민이 용의자였다.
10월 16일 마리 앙투아네트 전 왕비가 단두대에서 참수됐다. 1793년 9월부터 1794년 2월 5일까지 파리에서만 남자 238명과 여자 31명이 처형됐다. 바스티유 감옥에서 재판 대기 중인 죄수도 5434명이었다. ‘인민의 벗’이라는 신문 발행인 장 폴 마라는 “500~600명을 참수해야 자유와 행복과 안식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산소를 발견한 화학자 라부아지에도 1794년 5월 8일 혁명재판소에 의해 참수형을 선고받았다. 죄명은 불법 징세였다. 라부아지에는 화학자인 동시에 정부 세금을 대리 징세하는 관리였다. 라부아지에는 “중요한 실험이 남았으니 형 집행을 2주일만 연기해 달라”고 요구했다. 요구는 거부됐다. 라부아지에는 그날 저녁 처형됐다.
프랑스혁명 전쟁 영웅인 장군 토마 알렉상드르 뒤마는 이렇게 주장했다. “혁명에 과학자는 필요 없다.” 뒤마는 ‘몬테크리스토백작’을 쓴 소설가 뒤마의 아버지인데, 흑백 혼혈이었다. 혁명 세력은 그를 “피부색과 무관하게 만인은 평등하다”는 선전 도구로 사용했다. 그런 상징적 인물이 한 말은 “혁명재판소 재판관이 라부아지에의 청을 단호하게 거부하고 처형했다”는 소문으로 번져나갔다. 광기 어린 혁명가들은 자유‧평등‧박애라는 혁명 정신을 스스로 짓밟았다.
광기 속에 진행된 공포정은 1794년 7월 28일 혁명 지도자 로베스피에르 본인이 참수되면서 종료됐다. 처형 직전 권총 자살을 시도했던 로베스피에르는 총알을 맞은 턱이 힘줄로 겨우 걸려 있는 상태에서 목이 잘렸다.
혁명 가치에 스스로 자신이 없는 혁명가들은 혁명가가 아니라 혁명주의자다. 그 가슴에는 다양성이라는 가치에 대한 공포와 열등감이 숨어 있다. 그래서 혁명을 빙자한 권력욕을 ‘만인이 평등하게 행복을 누린다’는 구호로 포장해 공동체를 공포 속으로 몰아넣고, 뜻이 다른 자들을 반혁명분자로 낙인찍어 입과 발과 손에 재갈과 족쇄와 수갑을 채운다. 2020년 겨울, 대한민국 공화국은 어느 단계인가. 혁명인가 독재인가 공포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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