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聞column

[만물상] 백악관의 '어른들'

bindol 2018. 9. 7. 08:15


미국 밥 우드워드 기자가 쓴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에서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트럼프에 대해 '초등학교 5~6학년 수준'이라고 했다고 한다. 초등 5~6년 아이가 세계 최강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이것은 양면의 효과를 내고 있다. 세계 모든 나라가 저질 국가가 된 미국을 혀를 차며 비웃고 있다. 그런 한편으로 어린아이가 휘두르는 강철 주먹에 맞아 목숨을 잃을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금 세계의 실상이 이렇지 않은가 싶다.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좌충우돌 대통령과 이를 막으려 애쓰는 참모들 에피소드는 끝이 없다. 아이같이 즉흥적이고, 충동적이고, 예측 불허인 트럼프 곁에서 균형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죽을 지경이라고 한다. 언론은 이 고생을 하는 사람들에게 '어른들의 축(軸)'이라는 별칭을 붙였다. 매티스 국방장관과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던퍼드 합참의장, 지금은 교체된 맥매스터 전 안보보좌관, 틸러슨 전 국무장관을 가리킨다. 아이가 무서운 힘을 장난감처럼 내던지려고 하면 어른들이 막고 있다는 것이다. 한·미 FTA 폐기 서류를 트럼프에게서 훔쳐 도망친 콘 전 국가경제위원장도 어른 중 한 명이었을 것이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백악관의 이면을 파헤친 책 '화염과 분노'는 참모들이 트럼프 밑에서 겪는 세 단계를 소개한다. 첫째, 임명될 무렵 주위에서 "트럼프는 두 살배기 아기와 같다"는 조언을 듣는다. 둘째, 트럼프를 보좌하게 되면 온갖 모욕을 견뎌내야 한다. 그러다 결국 트럼프에 대한 회의(懷疑)에 빠진다고 했다.

▶지난 며칠 새 보도된 트럼프와 참모들 갈등은 더 적나라하다. 스스로를 '어른들 중 한 명'이라고 밝힌 현직 고위 관리는 뉴욕타임스에 익명으로 글을 싣고 "대통령의 언행이 국가 건강을 해치고 있다"고 했다. 심지어 내각 안에서 트럼프의 대통령직을 박탈하는 헌법 조항을 검토했다고 한다. 21세기 세계 최강대국 심장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상상하기 어렵다.

▶이 고위 관리는 "어른들이 최악 상황을 막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인사권을 가진 대통령 을 제어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최근 매티스, 켈리도 경질 대상에 올랐다는 보도가 나온다. '어른들의 축'이 없어지면 트럼프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이다. 우리는 이미 북핵과 한·미 훈련, 주한 미군을 놓고 트럼프의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여러 번 보았다. 동맹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