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베트남전(戰)에 대규모 지상군을 파견하며 본격 개입한 미국은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전쟁을 수행했다. 이전 전쟁과 달리 뚜렷한 전선이 없는 게릴라전이었다. 게릴라전에서 전세(戰勢)의 유불리를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때 미국이 사용한 지표가 적 사망자 수다. 비슷한 사례는 구(舊)소련에서도 발견된다. 국가 지도부가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생산 목표량 달성이었다. 각 공장은 품질이 떨어지거나 쓸모없는 상품을 만드는 편법을 동원해 정해진 목표량을 달성했다. 둘째 교훈은 통계 수치는 잠시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언젠가 실체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구소련 붕괴 당시 카스피해(海)가 서방에 개방되자 석유 매장량이 급속도로 부풀려졌다. 중동 매장량에 버금간다는 통계 수치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외국 기업들이 진출해 석유 개발을 한 결과 실제 매장량은 당초의 20% 정도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셋째 교훈은 조작된 통계에 근거한 국가 정책은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는 것이다. 미국이 군사적으로 열등한 베트남에 패배한 요인 중 하나로 과장된 적 사망자 수를 근거로 삼아 적의 전쟁 의지를 과소평가한 게 거론된다. 부풀려진 통계 수치를 믿고 카스피해에 진출했던 석유 기업들은 엄청난 손해를 보았다. 맥나마라의 일화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소득 주도 성장을 내세운 정부는 고용 및 소득 분배 수치에 많은 관 심을 보이고 있지만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최근 가계 소득 동향을 발표한 통계청장이 갑작스럽게 교체되자 정부가 정권 입맛에 맞는 '코드 통계'를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행여 정부가 암묵적으로 이런 통계를 요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 정책을 수립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조작된 통계는 결국 그 실체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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