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05] 국부론과 경제학
애덤 스미스는 자본주의의 아버지 또는 경제학의 창시자라 부른다. 1776년 그가 저술한 ‘국부론(國富論)’은 인류 역사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 책 중 하나로 꼽힌다. 일본에서 국부론 번역을 처음 시도한 것은 1886년이다. 대장성의 이시카와 에이사쿠(石川暎作)가 번역을 시작하여 원고를 남긴 기록이 있다. 당시 제목은 국부론이 아니라 ‘부국론(富國論)’이었다. 그는 28세에 요절한 탓에 완역 꿈을 이루지 못했다.
1908년 도쿄제국대학 법학부에 일본 최초로 경제학과가 개설된다. 그때까지 경제학은 정치학과 산하의 분과 강좌였다. 경제학의 학문적 성취와 중요성이 커지면서 경제학과는 1919년 경제학부로 승격한다. 경제학은 서구에서도 정치학(국가학)의 하위 개념으로 태동하였으나, 점차 정치나 정책 수단의 의미를 넘어 인간 본성과 행태를 아우르는 보편적이고 실증적인 원리, 이론을 연구하는 독립 학문으로 성장했다. 경제학부 설치는 그러한 서구의 지적 조류를 일본이 수용했음을 의미한다.
경제학의 입지가 공고해지면서 국부론 번역도 탄력을 받는다. 일본 최초의 완역본이 출간된 것은 애덤 스미스 탄생 200주년을 맞은 1923년이었다. 도쿄제대 경제학과 다케우치 겐지(竹内謙二) 교수가 ‘완역 부국론’을 출간하였고, 이후 여러 저자들이 번역본을 내면서 제목도 ‘국부론’으로 바뀌어 정착된다. 참고로 한국에서 최초로 국부론을 완역한 이는 1970년 최임환 교수다.
국부론 출간(번역)을 기준으로 보면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가 서구에 비해 일본은 150년, 한국은 200년 시차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경제는 과학처럼 보이지만 사실 정치’라는 여당 대선 후보의 인식은 그러한 역사의 차이를 느끼게 해준다. 노벨상에는 경제학상이 포함된다. 경제학이 제시하는 현실 설명력, 예측 가능성이 인류의 삶에 공헌하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손’의 원리에 무지하거나 그를 무시하는 정치의 폐해는 이미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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