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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04] 메이지 3대 베스트셀러

bindol 2021. 11. 26. 06:02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04] 메이지 3대 베스트셀러

입력 2021.11.26 03:00
 
 
일본에는 ‘메이지 일본을 만든 3대 베스트셀러’로 일컬어지는 책이 있다. 왼쪽부터 ‘학문의 권장’을 쓴 후쿠자와 유키치, ‘서국입지편(西國立志編)’을 쓴 나카무라 마사나오, ‘여지지략(輿地誌略)’을 쓴 우치다 마사오. 새로운 시대의 변곡점을 맞아 메이지 3대 명저에 해당하는 한국의 저작이 과연 무엇인지 한국의 지식계도 생각해 보면 좋을 것이다. /위키피디아

일본에는 ‘메이지 일본을 만든 3대 베스트셀러’로 일컬어지는 책이 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책은 개화 사상가 후쿠자와 유키치가 저술한 ‘학문의 권장’이다. 서구 계몽주의에 감화된 그는 이 책에서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는 사민평등 사상을 대담하게 내세우고, 구래(舊來)의 허학(虛學)에서 벗어나 삶에 보탬이 되는 실학(實學), 즉 서양 학문을 익혀 의타성을 혁파하고 주체적으로 삶을 개척할 것을 일본의 보통 사람들에게 권한다. ‘학문의 권장’은 1872년 첫 출간 이후 다양한 판본으로 300만부가 넘게 팔리며 일본인들의 사상적 개안(開眼)에 지대한 역할을 하였다.

두 번째는 유학자 출신 교육가 나카무라 마사나오의 ‘서국입지편(西國立志編)’이다. 나카무라가 영국 유학 중에 접한 새뮤얼 스마일스의 ‘Self help’를 번역하여 1871년 간행한 이 책에서 그는 영국의 미덕을 신분이 아니라 각자의 의지와 노력이 성공의 원동력이 되는 자주지행(自主志行) 사회 원리라고 소개하고 있다. 인민 각자가 주체적 존재임을 자각하고 정부는 그러한 인민의 삶에 봉사하는 정치 체제를 이루는 것이 근대화의 요체임을 설파한 이 책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격언을 유행시키며 메이지시대에만 누적 판매 부수가 100만부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지막 저작은 우치다 마사오의 ‘여지지략(輿地誌略)’이다. 이 책은 유럽의 유명 지리서를 참고하고, 저자가 유럽 유학 중 수집한 400여 점의 사진, 엽서 등 시각 자료를 수록하여 집필한 세계 지리서이다. 1870년부터 간행되기 시작해 그의 사후 동료에 의해 추가 집필이 계속된 이 책은 지리서로는 기록적인 15만부 이상의 발행 부수를 올리며 당시 일본인들의 세계를 향한 관심을 이끌어내고 지식을 보급하는 데에 큰 공헌을 하였다.

새로운 시대의 변곡점을 맞아 메이지 3대 명저에 해당하는 한국의 저작이 과연 무엇인지 한국의 지식계도 생각해 보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