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6'에 담긴 역사
보통 지옥은 악마가 다스리는 곳으로 알려져 있어요. 숫자 중에서도 악마와 관련된 게 있는데 바로 '666'이에요. 성경의 요한계시록에는 '짐승의 수를 세어보라 그 수는 사람의 수니 육백육십육'이라는 문구가 나와요. 이 문구는 다양하게 해석되는데, 대체로 '사탄' '악마'를 뜻한다며 금기시해요. 과거엔 굉장히 유명한 수학자들도 이 666이 악마를 뜻한다고 믿고 나름대로 해석을 했어요.
16세기 독일의 위대한 수학자 미하엘 슈티펠(1486~1567)은 원래 수도사였는데 종교 개혁자 마르틴 루터를 따라 개종한 후 열렬한 개신교도가 됐어요. 그러곤 당시 교황 레오 10세가 '666'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대요. 슈티펠은 교황 이름 'LEO DECIMVS'에서 로마 문자 'L, D, C, I, V'를 남기고 레오 '10세(X)'의 'X'를 더했어요. 이름에 'M'도 있지만 이는 신비하다는 뜻이 있어 뺐대요. 로마 문자는 수를 나타내기도 하는데, 교황 이름에서 남은 문자 DCLXVI에서 D는 500, C는 100, L은 50, X는 10, VI은 6을 뜻하니까 이걸 다 합하면 '666'이 된다고 주장한 거예요. 슈티펠은 "1533년 10월 3일이 되면 세상에 종말이 온다"고 예언했다가 실제 종말은 오지 않았고 사람들을 미혹하게 한 죄로 감옥에 갔대요. '로그'를 발명한 영국 수학자 존 네이피어(1550~1617)도 종교 개혁에 찬성했는데 로마 교황이 '666'과 관련 있다고 주장했어요.
독일의 사회주의자 프리드리히 엥겔스(1820~1895)도 한때 '666'에 관심을 가졌었어요. 그는 영국에 망명했던 1883년 한 잡지에 '요한계시록' 관련 글을 기고했는데, 거기에서 유대인들이 알파벳으로 숫자를 표시하는 방법으로 로마 네로 황제(Neron Kaisar) 이름을 풀면 666이 된다고 주장했죠.
이후 1차 세계대전 땐 독일 황제 빌헬름 2세가, 2차 세계대전 땐 독일의 히틀러가 '666'과 관계 있다는 말들이 나왔어요. 예를 들어, 알파벳 26개에 A는 100, B는 101 등으로 순서대로 숫자를 매겼을 때 히틀러 이름의 영문 알파벳(Hitler)에 해당하는 숫자 107, 108, 119, 111, 104, 117을 모두 더하면 666이 된다는 거죠. 666은 누군가를 악마로 몰아갈 수 있는 어찌 보면 그 자체로 무서운 숫자 같기도 합니다.
이광연 한서대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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