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진의 서핑 차이나]AI 선두 유니콘 중국 상탕커지를 가다
“이번 MIT와 협력으로 우리는 딥러닝 너머 딥 싱킹(Deep thinking)으로 들어갑니다.”
지난해 9월 상탕 베이징 본사를 방문한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탕샤오어우 홍콩중문대 교수에게 회사 제품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을 상탕 영상 분석 솔루션이 분석하는 장면 [사진=상탕 제공]
인공지능(AI) 선도 기업 상탕커지(商湯科技·Sense Time, 이하 상탕) 공동 창업자 탕샤오어우(湯曉鷗) 홍콩중문대 교수는 1일 미국 MIT 대학과 AI 연맹 격인 ‘인텔리전스 퀘스트(IQ)’을 체결하며 이렇게 말했다. 상탕은상(商)왕조의 초대 황제 탕왕(湯王)에게 영감을 받은 이름이다. 기원전 1600년 세워진 상나라는 당시 선진화된 농업·수공업·문자(한자)로 세계를 선도했다. 기술 혁신으로 중국이 다시 세계를 이끌겠다는 포부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CB Insight는 창업 3년이 지난 상탕의 기업가치를 14억7000만 달러(1조6000억원)로 추산했다. MIT는 30억 달러(3조2500억원)로 추산한다.
지난해 9월 상탕 베이징 본사를 방문한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사진 오른쪽 두번째)가 탕샤오어우(사진 오른쪽) 홍콩중문대 교수에게 회사 제품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상탕 제공]
지난달 9일 베이징 칭화(淸華)과기원에 위치한 상탕 본사를 찾았다. 안면 인식 기업답게 얼굴이 곧 ID카드였다. 입구 한쪽에는 근무 중인 직원 얼굴이 디스플레이되고 있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상탕이 자체 기술을 상품화한 동작 캡처 증강현실(AR) 시스템, 양방향 광고 패널인 센스 U, 점포 내 고객 동작 분석 솔루션인 센스 GO, 컴퓨터 시각분석과 AR을 결합한 센스 포토 등 상품 라인업을 홍보팀 직원 안내로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실시간 영상 분석 데이터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센스 비디오는 인상이 깊었다. 창가에 설치된 고해상도 CCTV가 500여m 떨어진 칭화대 정문 로터리를 행인과 차량의 성별·연령·옷색깔·차종·차 번호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냈다. 인물 식별 시스템인 센스 페이스는 특정 인물의 행적을 추출해 보여줬다. 범죄를 예방한다는 SF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도 멀지 않은 느낌이었다.
지난해 9월 국빈 방중한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도 상탕을 방문했다. 당시 탕샤오어우 교수가 직접 안내했다. 리셴룽 총리는 상탕의 싱가포르 지사 설립을 요청했다. “상탕의 앞선 AI 기술을 충분히 이용해 싱가포르 산업 업그레이드를 도와달라”고 희망했다.
상탕은 현재 C라운드 투자 유치 마무리 단계다. 단위도 천문학적이다. 지난 7월 마무리된 B라운드에서 스마트폰의 필수품인 메인 칩을 생산하는 통신업체 퀄컴이 4억1000만 달러(4442억원)를 투자했다. 퀄컴이 미래전략인 ‘알고리즘+칩’ 파트너로 상탕을 선택했다. 차기 스냅드레곤에상탕의 AI 엔진을 탑재해 안면 잠금 해제, 동영상 분석 기능을 탑재한다는 의미다. 상탕은 지난 12월 일본 혼다자동차와도 전략 관계를 체결했다. 운전자 개입이 전혀 없는 4레벨의 완전 자율주행차를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상탕은 무인차 솔루션 센스드라이브를 이미 개발했다.
상탕은 홍콩의 일류 연구소가 낳았다. 원천 기술 개발은 10년 전에 이미 시작됐다. 2008년 올림픽을 앞둔 베이징에 스모그가 엄습했다. 선명한 사진이 필요했다. MIT 출신의 탕 교수가 이끄는 홍콩중문대 멀티미디어랩이 긴급 투입됐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이미지 처리, 특수 효과를 연구해 온 미디어랩은 고유의 알고리즘으로 스모그를 감쪽같이 제거한 사진을 내놨다.
탕샤오어우 홍콩중문대 교수 겸 상탕 창업자 [사진=상탕 제공]
쉬리 상탕 공동 창업자 겸 CEO [사진=상탕 제공]
미디어랩은 MIT·스탠퍼드·버클리·토론토대에 버금가는 AI 글로벌 선두 연구소다. 딥러닝, 안면 분석, 시각 감시, 이미지·영상 검색, 기계 학습, 3D 드로잉, 이미지·영상 편집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국제적 권위의 ‘컴퓨터 비전 및 패턴 인식 콘퍼런스(CVPR)’에 매해 수십 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상탕의 산파는 쉬리(徐立·36) 최고경영자(CEO)다. 상하이 자오퉁(交通)대 출신으로 2010년 탕 교수에게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1년 탕 교수팀은 쉬 박사와 딥러닝 연구를 시작했다. 딥러닝을 개척한 최초의 중국연구팀이다. 2013년까지 세계 정상급 학술저널에 실린 관련 AI 논문 29편 중 14편이 탕 교수 랩에서 나왔다. 2014년 글로벌 AI 경연장인 ‘이미지넷 영상인식대회’에 출전해 40.7%의 적중률로 구글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중국 AI 선도 기업인 상탕커지 베이징 본사에 마련된 제품들. 양방향 멀티미디어 광고 패널인 센스 U, 지면 영상 분석 솔루션인 센스 리모트, 실시간 영상 인식 프로그램인 센스 비디오 등을 시연할 수 있다. [사진=신경진 특파원]
같은 해 페이스북과도 대결했다. 페이스북이 먼저 750만 명의 데이터로 컴퓨터를 훈련했다고 발표했다. 멀티미디어랩 데이터베이스가 20만 명에 불과했을 때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고 판단했다. 독자 개발 알고리즘으로 정확도 98.52%를 기록해 인간의 식별률 97.53%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며칠 뒤 네이처·사이언스·로이터가 경쟁적으로 보도했다.
중국 AI 선도 기업인 상탕커지 베이징 본사에 마련된 제품들. 양방향 멀티미디어 광고 패널인 센스 U, 지면 영상 분석 솔루션인 센스 리모트, 실시간 영상 인식 프로그램인 센스 비디오 등을 시연할 수 있다. [사진=신경진 특파원]
상탕은 이때 탄생했다. 쉬 대표가 밝힌 창업 이유는 두 가지. 첫째, 기술의 산업화 시점을 포착해서다. 컴퓨터의 안면 인식 능력이 인간을 넘어서던 시점을 공학도 출신 쉬 대표는 ‘아하 모멘트’로 판단했다. 둘째 학술 성과의 사회 환원이다. 쉬 대표는 “학술 성취를 산업에 응용하는 것은 연구자의 책임”이라고 강조한다. 서양은 중국의 안면 인식 연구가 프라이버시를 침범할 가능성을 우려하지만 상탕은 민생에 유익하다는 입장이다. 상탕은 충칭(重慶)시 공안국과 협력해 40일 만에 69명의 범죄 혐의자를 찾아내 14명을 체포했다. 형사가 맨눈으로 1년에 2명 체포하던 것에 비하면 큰 발전이다.
상탕의 또 다른 성공 비결은 세 가지, 타이밍과 인재, 탄탄한 수익모델이다.
첫째 타이밍. 탕 교수는 “당신이 알파고 전에 무엇을 했는지 돌아보라”며 “알파고 2, 알파고 포커는 필요 없다”고 역설한다. 알파고는 인간보다 빠른 자동차와 같다는 논리다. 2014년 안면 인식 분야에서인간 능력을 넘어선 자신감이 바탕이다. 미래 시장은 개척자가 차지한다.
중국 AI 선도 기업인 상탕커지 베이징 본사에 마련된 실시간 영상 인식 프로그램인 센스 비디오 시연 화면. [사진=신경진 특파원]
둘째 인재 독점 전략이다. 쉬 대표는 창업 초 AI 인재 독점을 노렸다. 상탕의 현재 연구개발(R&D) 인력은 800명, 그중 150여 명이 세계 AI 일류 대학 박사 출신이다. MIT·스탠퍼드·홍콩대·홍콩중문대·칭화대 등 대학은 물론 구글·바이두·마이크로소프트(MA)·알리바바에게서도 영입했다. 업계는 상탕을 ‘AI 블랙홀’로 부른다.
셋째 탄탄한 수익모델이다. 쉬 대표는 상탕의 비즈니스모델을 ‘B2B2C’, ‘1+1+X’로 설명한다. 독자 개발한 기초 연구(1)를 기반으로 제품화(1)한 뒤 분야별로 복수의 파트너(X)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매출 규모를 묻자 “대외비”라면서도 400여 개 파트너사로 답을 대신했다.
지난해 9월 상탕 베이징 본사를 방문한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상탕의 센스 U 제품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상탕 제공]
상탕은 한국과 협력을 바랬다. 상탕 고위 경영자는 중앙일보에 “AI는 현재 한국 산업의 새로운 엔진”이라며 “앞으로 상탕은 한국과 많은 협력 기회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상탕은 전진 중이다. 지난 1월 열린 MIT가 베이징에서 주최한 포럼 ‘엠텍 차이나’에서 탕 교수는 ‘동작 측정’, ‘영상 검색’을 시연했다. 2016년 리우 올림픽 다이빙을 분석하는 AI , 격투·코미디 등 영화 속 특정 장면만 검색하는 기술이다. 1일 MIT에서는 사진 속 표정으로 인물 간 관계를 추측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라고 공개했다. 같이 사진 찍은 사람이 부자인지, 은행원이 대출해 줄지 미리 알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탕 교수는 공학도에게 “앞으로 AI 인재에게 반드시 관련 학위는 필요 없다”라며 “원하는 대로 잘하는 일을 하되, 맹목적으로 시장을 따르지 말고 장점을 살려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된다”고 당부했다.
상탕이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는 도전이다. 고영화 한국혁신센터(KIC) 중국 센터장은 “계층 상승을 갈망하는 젊은 층, 막대한 시장, 수많은 성공사례가 중국에서 상탕과 같은 첨단 유니콘을 양산한다”며 “한국도 재도약을 위한 ‘헝그리 정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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