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만 쑤저우시에 71년생 1인자…中 정치권 ‘70허우 전성시대’
인구 1200만 명의 대도시 쑤저우시의 랜드마크인 ‘동방의 문’ 빌딩. 진지후(金鷄湖) 호수변에서 쑤저우 공업단지를 마주하고 서있다. 신경진 기자
“쑤저우(蘇州)시 지역 총생산액(GRDP)이 역사적인 2조 위안(약 376조원) 단계에 올라선 시점에 중책을 맡았다. 1200만 쑤저우 시민이자 심부름꾼이 되겠다.”
지난달 30일 쑤저우시 권력 서열 1위인 당 서기에 임명된 1971년생 차오루바오(曹路寶·50)의 첫마디이다. 쑤저우는 경제 규모로 상하이·베이징·선전·충칭·광저우를 잇는 6대 도시다. 지난해 GRDP 2조 위안 클럽에 가입했다. 한국 제2의 도시 부산의 107조원(2019년)과 비교해 경제 3.5배, 인구 3.7배의 대도시가 젊은 수장을 맞았다.
지난달 28일자 중국공산당 장쑤성 위원회 기관지 신화일보 2면에 전날 폐막한 당 대회에서 선출된 중공장쑤성 14기 위원회 서기, 부서기, 상무위원회 위원의 사진과 인적사항이 실려있다. 차오루바오(오른쪽 맨 아래) 쑤저우시 서기를 포함해 3명의 70년대생 정치인이 포함됐다. [신화일보 캡처]
차오 서기는 장쑤성(江蘇省) 상무위원 12인에도 선출됐다. 전달 27일 폐막한 중공(중국공산당) 장쑤성 당 대회 선거에서다. 성급 상무위원회는 향후 5년간 지방 내 최고 권력기구다.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의 7인제와 달리 지방은 12~15인제로 굴러간다.
중공은 내년 가을 20차 당 대회(20대)를 앞두고 18일까지 신장(新疆)·산시(山西)·허난(河南)·안후이(安徽)·장시(江西)·장쑤·후난(湖南)·허베이(河北)·광시(廣西)·푸젠(福建)·네이멍구(內蒙古)·윈난(雲南)·시짱(西藏)·랴오닝(遼寧) 등 14개 지방 당 대회를 완료했다. 31개 지방과 군·무장경찰·국유기업 등 총 40개 선거구 중 3분의 1을 넘었다.
14개성 상무위원도 70년대생 약진
14개 당 대회는 총 181명의 상무위원을 선출했다. 중앙의 부부장(차관)급이다. 70년대생(70허우·後)이 29명(16.02%)을 차지하며 약진했다. 50허우는 5명(2.76%)에 불과하다. 한국의 586세대인 60년대생은 147명(81.22%)으로 일단은 다수다. 50·60·70년대생 비율은 3:81:16이다. 이 비율이 규정이라면 내년 20대에 참석할 당 대표 2300여 명 중 ‘70허우’는 368명 가까이 늘어난다.
70허우는 3연임이 확실시되는 시진핑(習近平) 총서기의 유력한 후계 그룹이다. 후계 구도에서 86세대를 ‘스킵(건너뛰기)’하고 70허우로 직행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70년대생 건너뛰기와 대조를 이룬다. 한국에선 1985년생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와 81년생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 등장으로 586과 MZ(밀레니얼, Z세대) 사이에 낀 70년대생 소외 현상이 퍼지는 분위기다.
따라서 중국 70허우는 20대 중앙·후보중앙위원에 대거 진입할 전망이다. 시진핑도 44살이던 1997년 푸젠 부서기로 15대에 후보중앙위원에 선출됐다. 대신 득표 순위는 최하위 151위였다. 이후 15년간 16대 중앙위원→17대 상무위원→18대 총서기로 대권 레이스를 달렸다. 반면 지난 19대는 세대교체를 무시했다. 70허우 후보위원 2명에 그쳤다.
중국 70년대생 신임 지방 상무위원 겸 대도기 당서기.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금융전문가들 대거 포진 두드러져
70허우 상무위원 29명 중 11명이 주요 도시 일인자에 전진 배치됐다. 〈표 참조〉 수백만 인구에 작은 국가 GDP에 버금가는 도시를 맡겼다. 단련이 목적이다.
지난 2017년 11월 당시 난징시 상무위원 겸 선전부장이던 차오루바오 현 쑤저우 당서기가 국제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웨이보 캡처]
70허우도 화답했다. 차오루바오는 1일 쑤저우시 이론학습센터에서 중공 19기 6중전회 정신 학습대회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다음날에는 시 당위(黨委)를 소집, 리스크 방지와 바텀 라인 사수 방안을 논의했다. 경제위기 등 잠복한 위기부터 틀어막았다. 9일에는 타이후(太湖)를 찾아 생태 보호를 시찰했다. 12일에는 구도심을 찾았다. “하늘에는 천당, 땅에는 쑤저우·항저우”로 유명한 옛 고성(古城)의 보호와 재생을 지시했다. 차오 서기는 과거 난징(南京) 구청장 근무 당시 난징대학살 기념관을 건설하며 구도심 재생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쑤저우에서 자기 색깔을 드러내려는 행보다. “누각 한 층을 더 올라(更上一層樓)” 가겠다는 의지의 표시이기도 하다.
70허우는 지방의 금융 위기를 막는 파수꾼의 주력이기도 하다. 네이멍구 몽골족 자치구 황즈창(黃志强·51) 금융부주석은 중국은행 랴오닝성분행장, 수출신용보험공사 부총경리, 중신집단 부총경리 등을 역임한 금융통이다. 허베이 최연소 상무위원인 거하이자오(葛海蛟·50)와 18일 랴오닝성 상무위원에 선출된 장리린(張立林·50)도 금융부성장이다. 여성도 있다. 궈닝닝(郭寧寧·51) 푸젠성 금융부성장은 중국농업은행 부행장을 거쳐 2018년 푸젠에 임명됐다.
지난 11월 30일 폐막한 시짱(티베트) 짱족 자치구 당 대회 폐막식을 보도한 당 기관진 12월 1일자 서장일보 1면. 70년대생 4명을 포함한 15명의 상무위원이 시진핑 주석 사진과 중공 역대 당 총서기 사진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오른쪽 아래) [서장일보 캡처]
충성스러운 젊은 간부 양성하라
최연소 70허우는 1976년생 런웨이(任維·45) 시짱 자치구 부주석이다. 칭화대에서 화력발전공학을 전공한 런 부주석은 중국의 한전격인궈뎬(國電)을 거쳐 다탕(大唐)그룹 부총경리를 역임했다. 전력방(幇)으로 분류된다. 75년생 장훙원(張紅文·46) 안후이(安徽)성 부성장, 이리자티 아이허마이티장(46) 신장 총공회(總工會·노동조합) 주석도 있다. 칠상팔하(67세 유임 68세 은퇴) 규정을 따르면 이들은 2042년 24대까지 권력 핵심을 노릴 수 있다.
14개성 신임 지방 상무위원 연령 분포.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중공은 지난달 6중전회에서 통과된 ‘역사결의’에서 당에 대한 절대 충성을 후계 기준으로 제시했다. 천시(陳希) 중앙조직부장은 지난 1일 인민일보에 “덕과 재능을 모두 갖추고, 충성스럽고 깨끗하며 과업을 감당할 높은 수준의 전문화된 간부, 특히 우수한 젊은 간부를 배양·선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계의 3대 요건으로 충성·청렴·능력을 제시했다. 또, 간부의 성장 경로를 최적화할 것과 과감한 임용, 엄격한 감독을 요구했다. 차오루바오 등 11인의 시 서기가 탄생한 배경이다. 당성(黨性)과 전문성을 모두 요구했던 마오쩌둥 시대의 ‘우홍우전(又紅又專)’ 인사 원칙이 부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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