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118] 괴력난신을 말하지 않은 까닭
흔히 공자의 건강한 합리주의 정신을 이야기할 때 ‘논어’에 나오는 말, 즉 “공자는 괴력난신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는 대목을 자주 인용한다. 이 점에서 애당초 공자는 종교나 미신 영역과는 철저하게 거리를 두었던 사람이다. 그런데 이는 그저 공자 개인의 인생관을 표현한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공자는 오직 정치로 세상을 구제해 보려 했던 사람이다. 따라서 이는 정치하려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괴력난신은 한 단어가 아니라 네 가지 사항을 가리킨다. ‘논어’ 문맥을 보면 이 네 가지에 빠져 있었던 제자가 바로 자로(子路)다. 이런 데 빠지는 것이 바로 혹(惑)이다. 그리고 괴력난신에 빠지지 않는 것이 불혹(不惑)이다. 괴(怪)란 정도나 순리를 벗어나는 것을 말한다. 주로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고 생각만 하는 사람들이 이런 괴에 빠진다. 역(力)은 덕(德)과 대비되는 말이다. 리더가 리더다움은 높이려 하지 않고 자기가 가진 지위나 위력으로 아랫사람을 부리려 하는 것이 역(力)이다.
난(亂)은 이 경우에는 반란(反亂)의 난이 아니라 패란(悖亂)의 난으로 세상의 가치를 마구 어지럽히는 것을 말한다. 신(神)은 말 그대로 귀신의 영역이다.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영역 밖이다. 제자 자로가 귀신을 섬기는 것에 대해 묻자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을 제대로 섬길 수 없다면 어찌 귀신을 능히 섬기겠는가?” 다시 자로가 “감히 죽음에 대해 묻겠습니다”라고 하자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삶을 모르는데 어떻게 죽음을 말하겠는가?”
양강을 이룬 대통령 후보 캠프 모두 ‘무속’이 어떻고 ‘역술’이 어떻고 하며 싸워댄다. 이런 싸움에 앞서 큰 정치 하겠다는 사람 주변에 괴력난신을 말하는 자들이 어른거려서는 안 될 일이다. 무속이나 역술은 사적 영역에 머물러야지 공적 영역을 넘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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