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120] 사직단에 숨은 쥐
성호사서(城狐社鼠)란 성곽에 숨어든 여우나 사직단에 숨어 사는 쥐를 가리킨다. 성곽에 숨은 여우를 꺼내려고 물을 채워 넣다가는 성이 무너질 수 있고, 사직단 후미진 곳에 숨어든 쥐를 잡기 위해 연기를 피우려고 불을 피웠다가 자칫 사직단에 불이 날 수도 있다.
유향의 ‘설원’에는 맹상군(孟嘗君) 식객 한 사람이 맹상군과 논쟁을 벌이는 장면이 나온다. 맹상군이 그를 제나라 임금에게 천거했으나 임금은 3년 동안 그를 쓰지 않았다. 이에 식객이 맹상군 탓을 하며 제대로 천거를 안 해서 자기가 중용되지 못했다니까 맹상군은 식객 자신의 무능을 탓했다. 이에 식객은 성호사서를 끌어들여 이렇게 말한다.
“여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없앴으면 하는 동물이고 쥐는 누구나 태워 죽였으면 하는 놈입니다. 그러나 저는 곡식신을 모신 사당의 여우와 토지신을 모신 사당의 쥐가 쫓겨났거나 타 죽었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왜 그렇겠습니까? 그가 의탁한 곳이 그를 살려준 것 아니겠습니까?”
이에 맹상군은 더 이상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실제로 간사한 자는 스스로 날뛰는 것이 아니라 윗사람 인정을 받은 다음이라야 발호하기 시작한다는 점에서 맹상군보다는 식객이 사안의 본질을 찔렀다.
김원웅 광복회장은 그간 행적만으로도 독립운동가 단체 근처에도 갈 만한 인물이 못 된다. 여기서 그의 어두운 과거 행적은 거론치 않는다. 문제는 누가 이런 인물에게 다른 곳도 아니고 광복회 수장을 맡겼는가 하는 점이다.
역사에 대한 바른 인식을 가진 인사권자였다면 그는 일찌감치 고추부서(孤雛腐鼠) 신세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고추부서란 외톨이 병아리나 썩은 쥐를 가리키는데 한때는 총애를 받다가 내버려진 보잘것없는 사람이란 뜻이다.
경찰이 수사를 시작했고 보훈처도 횡령 의혹을 감사한다니 결과를 지켜보면 되겠다. 물론 땅에 떨어진 광복회 명예는 이와 별개로 회복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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