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열전

[이한우의 간신열전] [121] 비녀를 도둑질한 신하

bindol 2022. 2. 10. 06:26

[이한우의 간신열전] [121] 비녀를 도둑질한 신하

입력 2022.02.10 03:00
 
 

‘논어’에는 군자형 군주와 소인형 군주를 구별하는 명확한 원칙이 나온다. 먼저 공자의 말이다.

“군자는 섬기기는 쉬워도 기쁘게 하기는 어려우니, 기쁘게 하기를 도리로써 하지 않으면 기뻐하지 아니하고 사람을 부리면서도 그 그릇에 맞게 부린다. (반면에) 소인은 섬기기는 어려워도 기쁘게 하기는 쉬우니 기쁘게 하기를 비록 도리로써 하지 않아도 기뻐하고, 사람을 부리면서도 아랫사람 한 명에게 모든 능력이 완비되기를 요구한다.”

군자나 소인 모두에게 “섬기기도”라는 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때의 군자와 소인은 단순히 공인과 사인이 아니라 군자형 리더와 소인형 리더를 뜻한다.

후한 시대 학자 왕충이 쓴 책 ‘논형’에는 도리가 아닌 것으로 윗사람을 기쁘게 한 사례가 나온다.

“간혹 작은 재주조차도 없이 간교하고 정당하지 못한 수단으로 윗사람의 의도와 합치하여 그의 마음에 드는 자가 있다. 비녀를 도적질한 신하가 이런 유다.”

비녀를 도둑질한 신하란 춘추시대 초나라 장군 자반(子反)의 부하를 가리키는데 그는 원래 도둑질을 잘했다. 한번은 초나라가 제나라와 세 번 싸워 모두 패하자 그 사람이 몰래 제나라 장군의 비녀를 훔쳤다고 한다. 이에 제나라 군사들이 두려워해 군대를 철수한 일이 있었다. 그래서 그 사람은 자반에게 총애를 받았다고 한다.

 

지금 이 땅에는 온 국민이 보는 가운데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윤석열 후보 아내 논란에 이어 지금은 이재명 후보 아내 논란이 한창인데 본인이 나서 잘못을 시인하기는커녕 주변 ‘아랫사람들’이 나서 화를 키우고 있다. 이 후보 아내를 옹호한답시고 제보자 A씨에 대해 “지시가 문제 있으면 그만두었어야 한다”고 했다가 거센 역풍을 맞은 현근택 대변인이 전형이다. 군자형 리더였다면 엄청난 질책을 당했을 일이다. 그나마 강병원 의원이 나서 “김혜경씨가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직언을 했다. 그러나 아직 그 후보 쪽에는 비녀를 도둑질한 신하들이 대세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