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우크라 ‘테크 지원군’

2011년 파리 특파원 시절 ‘중동의 봄’ 취재차 이집트, 리비아에 갔었다. 이집트 군사정부는 국내외 정보 소통을 막기 위해 인터넷과 국제전화 송신을 차단했다. 기사를 송고할 길이 없어 난감해하다 틈새를 찾았다. 필자가 파리에 있는 아내에게 전화 문자를 보내면, 아내가 필자 숙소로 전화를 걸었다. 유선 전화로 아내에게 기사를 불러주면, 아내가 컴퓨터로 받아쳐서 서울로 기사를 보냈다. 리비아에서도 기사를 보내려면 카다피 정부군의 집중 공격 타깃인 반정부 민병대 본부까지 가야 했다. 그곳에서만 유일하게 인터넷이 연결됐기 때문이다.
▶요즘 우크라이나 상황을 보면 격세지감이 든다. 세계 테크 기업들이 지원군으로 나서준 덕분에 인터넷망이 정상 가동되고 있다. 일등 공신은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저궤도 통신위성) 서비스다. 머스크는 우크라이나 부총리의 SOS 요청에 즉각 화답해 스타링크 연결망을 제공했다. 발전기와 달리 연기를 내지 않고 스타링크 수신 장비에 전력을 공급하는 특수 장비도 전달했다. 위성 접시 안테나를 자동차 시거잭에 꽂아 쓸 수 있도록 구조 변경까지 해주었다. 이 인터넷망이 우크라이나 군의 선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구글은 우크라이나 돕기 사내 아이디어 공모를 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공습 경보 알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러시아군에 도움을 줄지 모르는 도로 정보 구글 맵 서비스는 차단했다. 애플은 러시아에서 애플페이 서비스를 중단했다. 모스크바 지하철 이용자들이 불편하다고 한다. 뉴욕타임스는 “빅테크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미지 회복의 기회로 삼고 있다”고 했다.
▶사이버 전장에도 의용군이 몰려들고 있다. 우크라이나 부총리가 ‘IT 군대’ 모집 공고를 SNS에 올리자 전 세계에서 20만명의 해커가 자원했다. 이들은 러시아 국방부, 크렘린궁 웹사이트, 타스통신 등을 공격해 기능을 일시 마비시켰다. 미국 하버드대생은 ‘피란처 웹 사이트’를 만들어 세계 각국의 2만5000개 숙소를 우크라이나 난민에게 제공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마리우폴처럼 전기마저 끊겨 인터넷을 쓸 수 없는 주민들을 위해 라디오 단파 방송을 쏘아주고 있다.
▶암호화폐 대표 주자 비트코인은 양쪽에서 다 활용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암호화폐 기부 사이트에 전 세계에서 1억달러 이상의 비트코인이 모였다. 국제 달러 결제망에서 축출된 러시아는 원유, 가스 판매 대금을 비트코인으로 받겠다고 나섰다. 비트코인 자체가 컨트롤타워가 없어 전쟁에서도 ‘중립지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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