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343] 닭 벼슬에 대하여
대통령 당선인 캠프의 전화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한자리 해 달라는 전화 말이다. 벼슬자리는 수십이지만 전화를 기다리는 사람은 수천 명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연락이 오지 않아서 실망과 씁쓸함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것도 칼럼니스트의 책무다. 깊이 있는 위로를 받으려면 벼슬의 본질이 ‘닭 벼슬’이라는 점을 천착해야 한다.
서울 주변에서 가장 영험한 기도 암자가 관악산에 있는 연주암(戀主庵)이다. 가파른 바위 절벽 위에 자리 잡은 연주암(연주대)의 주특기는 벼슬 취득과 시험 합격이라고 소문나 있다. 고시 합격과 공무원 승진, 서울대 합격 등이다. 연주대가 벼슬 취득과 관련이 되는 풍수학적 근거는 닭 벼슬처럼 생긴 바위다.
연주대를 옆에서 바라다보면 흡사 닭 벼슬 형상을 한 바위 위에 암자가 자리 잡고 있다. 벼슬자리를 공급해 주는 암자는 닭 벼슬 바위에 있고, 이 닭 벼슬 바위로 인해 ‘관’이 들어가는 관악산(冠岳山)이라는 명칭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조선 후기 A급 명문가였던 장동 김씨 문중의 김수항(金壽恒·1629~1689)을 보면 벼슬이 생각난다. 본인은 물론이고 이 집안 위아래로 화려한 벼슬은 거의 다 한 집안이다. 당대의 학자였고 글씨에도 아주 조예가 깊은 문화인이었다. 그러나 결국은 영의정 하다가 진도로 유배되어 사약을 받았다. 아내와 자식이 약사발 받고 죽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봐야만 하였다. 33년 후인 신임사화(1722) 때에는 김수항의 아들로서 영의정을 했던 김창집이 약사발을 받고 죽었다. 김창집의 아들인 김제겸, 손자 김성행도 죽임을 당한다. 4대가 죽었다. 벼슬의 끝은 비상(砒霜)이 들어간 약사발이었다.
벼슬하다가 문재인 정권에서 감옥에 간 사람이 한둘이 아니고, 이번 정권에서도 감옥에 들어갈 사람이 줄 서 있다. 조국의 패가망신도 법무장관 벼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장관 자리만 아니었으면 행복하게 잘 살 사람이었다. 그놈의 벼슬이 모든 것을 망쳤다. 도가(道家)는 ‘세상을 위해서 앞장서지 않는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경물중생(輕物重生)이다. 벼슬 욕구와 사회에서 인정받으려는 욕구를 포기하고 개인 생활을 훨씬 중요하게 여기는 인생관이다. 나는 등산화를 여덟 켤레 갖고 있다. 주역의 팔괘와 관련 있다. 국산도 있고, 독일제, 이탈리아제도 신고 다닌다. 계룡산 연천봉을 갈 때는 국산을 신고 지리산 노장대를 갈 때는 독일제를 신고 간다. 소나무와 바위, 만학천봉이 ‘영발’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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