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현진의 돈과 세상] [67] 마음 부자가 진짜 부자
착공한 지 4년 만에 완공한 것은 더욱 대단하다. 공사보다도 자금을 구하는 것이 훨씬 힘들었다. 대공황이 한창일 때라 정부도, 민간도 나서지 않았다. 사업이 거의 결렬될 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나섰다. 3500만달러의 채권 발행 전액을 인수한 덕분에 간신히 공사가 시작되었다.
그때 채권 전액을 인수한 아마데오 지아니니는 이탈리아 이민 2세다. 그는, 모텔 방에서 태어나 열 살 때 아버지까지 잃었다. 부득불 10대부터 세상에 뛰어들어 34세에 작은 마을금고를 세웠다. 그것을 키우고 키워서 만든 것이 뱅크오브아메리카다. 지아니니가 맨손으로 일군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 트랜스아메리카라는, 당대 최대 생명보험사도 그가 세웠다.
그러나 지아니니는 큰 부자가 아니었다. 1949년 그가 죽을 때 남긴 유산은 결혼할 때 수준이었다. 그는 가끔 재산을 계산해 보다가 “자칫하면, 백만장자 되겠네!”하고 놀라면서 기부를 늘렸다. 그는 자식들에게 “사람들은 돈을 갖고 싶어 하지만, 돈을 갖는 사람은 없어. 돈이 그 사람을 가질 뿐이지”라고 가르쳤다.
흙수저는커녕 흙먼지로 태어나서 기업인으로 성공한 뒤 기부 왕이 된 점에서 지아니니는 카카오의 김범수 회장과 비슷하다. 그러나 지아니니는 대학 문턱에도 못 가봤다. 그에게도 시련은 많았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을 겪은 뒤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고 주저앉지 않았다. ‘벼락 거지’를 걱정하며 ‘빚투’에 안달하지도 않았다. 그는 마음이 부자였다. 1937년 4월 19일 금문교가 개통했다. 그 무렵 대공황도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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