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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15] 부패 권력과 저승사자 검사

bindol 2022. 4. 22. 06:01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15] 부패 권력과 저승사자 검사

입력 2022.04.22 03:00
 
 

전전(戰前) 일본은 권력자들이 국가 자원 배분 권한을 이용해 정상(政商)에게 특혜를 주고 정치 자금을 챙기는 정경 유착 폐해가 극심한 나라였다. 체질화된 정경 유착 앞에서 사법의 견제 기능은 힘을 쓰지 못했고, 군국주의가 발흥한 이후에는 사법 기관 자체가 체제 유지 도구로 전락하고 말았다.

전쟁에 패한 후 새로운 시대를 맞아 정경 유착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선봉에 나선 것은 검찰이었다. 1949년 도쿄 지검에 특별수사부를 창설하여 소위 ‘의옥(疑獄)’ 사건에 정면으로 맞선 것이다. 의옥 사건이란 권력과 결부된 비리, 정치자금 스캔들, 경제 범죄 등을 말한다. 사회 정의를 밑동에서 흔드는 거악(巨惡) 범죄지만,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고 혐의를 입증하기도 어려워 전문성과 경험이 없으면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특수부 초창기부터 활약한 가와이 노부타로(川井信太郞)는 정치계의 어두운 구석에서 횡행하는 검은돈 거래에 철퇴를 가하여 ‘저승사자 검사’로 불린 대표적 특수통 검사였다. 법률가이면서도 ‘주식회사 임원의 회계 책임’ ‘회계 분식(粉飾)과 법률 책임’ 등의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회계 전문가인 그는 취조와 자백을 증거로 삼던 당시 수사 관행을 뛰어넘어 회계장부를 분석해 범죄 혐의를 추적해 가는 ‘장부(帳簿) 수사 기법’을 확립하고 그에 정통한 검찰 요원들을 양성한 선구적 인물로 유명하다. 가와이는 이렇게 말한다. “특정한 피해자가 없는 사건은 적발되지 않더라도 아무도 불평하지 않지만 그것이 만연하면 국가 자체가 붕괴한다.”

 

한 나라의 사법 정의 수준은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비위를 견제하는 사법 기능의 자율성·독립성·우수성으로 평가될 수 있다. 고도로 지능화한 권력형 부정부패, 경제 범죄를 수사할 때 가장 경쟁력이 있는 기관의 손발을 묶으면 가장 득을 보는 것은 권력과 결탁한 범죄 세력이고,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그런 범죄를 저질렀는지도 모르게 될 국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