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목의스시한조각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13] 윤 당선인의 자유주의 경제관

bindol 2022. 3. 25. 04:22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13] 윤 당선인의 자유주의 경제관

입력 2022.03.25 03:00 | 수정 2022.03.25 03:00
 
 

식당을 운영하다 보니 유명 인사를 손님으로 모실 때가 있다. 몇 년 전에 윤석열 당선인이 방문한 적이 있다. 어찌 하다 보니 잠시 자리를 함께하게 되었는데, 내가 쓴 책을 읽었다며 책 말미에 등장하는 ‘헨리 토머스 버클’이라는 19세기 영국 재야 역사학자의 이야기를 꺼냈다.

버클은 ‘영국 문명사’(1857)’에서 문명의 진보를 ‘집단 지성의 축적’으로 표현했다. 집단 지성의 축적 수준은 부의 창출과 분배에 의해 결정되며, 무력 집단이 강제력으로 부를 관리하는 체제로부터 사적 자치와 사유 재산권을 향유하는 시민사회가 독립하여 성장하는 과정이 문명의 진보라는 것이다. 그는 경제학의 등장을 찬양하였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 대해 “이 고독한 스코틀랜드인은 한 권의 저작으로 역사의 모든 정치가를 합한 것보다 인류의 행복에 더 큰 공헌을 했다”고 찬사를 보내며, 문명의 척도로서 시장경제 원리와 자유주의가 갖는 의미를 역설하였다.

버클은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알려진 인물이다. 근대화기에 지식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계몽사상가 후쿠자와 유키치가 ‘문명론 개략’에서 미신·구습에의 의존, 학문의 발달, 사회적 신뢰, 창의적 발상의 수용 정도 등을 기준으로 ‘야만-반개(半開)-문명’으로 구분하여 문명 개화의 비전을 제시한 것도, 일본이 영국을 서구 문명의 모델로 재인식한 것도 그의 영향이 컸다.

버클로 시작된 당선인의 이야기는 애덤 스미스에서 밀턴 프리드먼을 망라했고, 그의 경제사학자 뺨치는 역사에 대한 관심과 지식에 깊은 인상을 받은 기억이 있다. 경제학자인 부친의 영향으로 일찍부터 자유주의 사상가의 저작을 탐독했다는 말을 들었다. 당선인의 경제 공약은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작고 효율적인 정부’다. 소규모이지만 고용을 하고 매출을 일으켜 세금을 내는 자영업을 하면서 느낀 나의 현실 감각과 일치한다. 그 신념이 국민의 삶에 빛을 발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