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미담 나오는 장관은 없나
새 정부 총리와 18부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 검증이 한창이다. 연일 불거지는 각종 논란은 잠시 뒤로하고 국회에 제출된 신상 자료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이들의 이력을 살펴봤다. 두 가지를 찾기 어려웠다. ‘봉사’와 ‘기부’다. 자신의 시간과 재산을 내놓아야 하는 것들이다. 굳이 안 해도 되는, 또는 하더라도 별로 티 나지 않고 당장 별다른 이익이 돌아오지 않는 일이다.
대신 이들에겐 대기업 사외이사, 유명 로펌 고문 같은 이력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들이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많은 금전적 대가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폼도 난다. 이런 자리 제안이 오면 주저 없이 받는 게 합리적 선택인지 모른다. 민간 영역에서 고액 연봉을 받고 일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다. 그러나 이렇게 자신의 이익을 잘 챙긴 이들을 향해 우리는 도덕성이 높다거나 사회의 모범이 된다고 말하진 않는다. 아무래도 공적 이타심보다 사적 이기심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능력과 인품을 겸비해 국민을 잘 모실 수 있는지”가 인사 기준이라고 여러 번 일관되게 강조했다. 조각(組閣) 인선에 서너 명은 들어갈 줄 알았던 ‘안철수 사람’이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아 ‘패싱’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당선인은 “인사 원칙에 부합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라면서 “원칙에 부합하면 어느 계파도 상관없다”고 했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정치권에서도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를 했다고 장관 자리를 전리품처럼 나누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과연 장관 후보자들이 능력과 인품을 겸비했을까. 몇몇 후보자는 ‘전관 예우 특혜’ 논란을 받고 있다. 한 후보자는 고문료를 너무 많이 받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다년간 경제·통상 정책 최일선에서 일한 전문가로 풍부한 경륜과 전문 지식으로 기업의 경영 자문에 응한 것”이라고 했다. 능력이 있으니 그만한 돈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후보자가 그런 뛰어난 능력을 ‘재능 기부’ 차원에서 청년 창업가들을 돕는 데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랬다면 그는 윤 당선인이 말한 대로 능력과 인품을 겸비해 국민을 잘 모실 수 있는 인물로서 손색없다는 평가를 받지 않았을까.
수상한 부동산 거래와 석연치 않은 자녀 입시 과정 등 후보자들을 둘러싼 의혹도 터져 나온다. 장관 후보자 도덕성의 기준이 사회의 모범이 되는 일을 얼마나 했는지가 아니라 불법행위를 했느냐 안 했느냐 수준으로 전락했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인데 말이다.
전문성은 최고 수준인지 따지는데 도덕성은 보통 이하라도 상관없는 걸까. 인품을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 인사 검증의 핵심 기준으로 삼는 문화는 언제 정착될까. 인사청문회에서 장관 후보자들의 ‘미담’을 듣는 날이 오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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