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과학자들은 빛의 속도를 어떻게 알아냈을까? 감명 감탄 감복하지 않을 수 없다. 처음으로 빛의 속도가 무한하지 않고 유한하다고 여긴 갈릴레이(Galileo Galilei 1564~1642)와 조수는 각각 멀리 떨어진 산을 올랐다. 서로의 등불에 반응하는 시간을 재면 빛의 속도를 측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미련한 짓이었다. 빛은 1초에 지구를 일곱 바퀴 반이나 도는 어마어마한 속력이니 무모한 실험이었다. 당연히 실패했다.
그러나 빛의 속도를 재기 위해 덤빈 위대한 실험이었다. 드디어 뢰머(Ole Rømer 1644~1710)가 빛의 속도를 인류 최초로 계산해냈다. 2억1200만m/s. 피조(Armand Fizeau 1819~1896)는 더 정확하게 계산했다. 3억1300만m/s. 푸코(Jean Foucault 1819~1868)는 훨씬 더 정확했다. 2억9800만m/s. 100여 년 후 1983년 개최된 국제도량형총회에서 정한 빛의 속도 2억9979만2498m/s에 거의 정확히 근사(近似)한 수치였다.
놀라운 탐구력의 성과로 밝혀진 빛의 속도다. 만일 갈릴레이가 빛의 속도를 측정하려던 방법으로 소리의 속도를 측정하려고 했다면 성공했을 것이다. 2억9979만2498m/s, 즉 1초에 약 30만km나 가는 광속에 비하면 음속은 매우 느리기 때문이다. 소리는 1초에 대략 340m밖에 못간다. 빛은 켜자마자 멀리 떨어진 사람 눈에 보이지만 소리는 나자마자 들리지 않는다. 번갯불 빛이 나고 몇 초 후에 천둥소리가 들리며, 산에서 메아리가 들리는 이유다.
빛과 소리는 다 같은 파동이지만 여러모로 차이가 있다. ①빛은 매질 없이도 진공에서도 간다. 소리는 매질이 있어야 간다. ②빛은 전기장과 자기장이 어우러지는 전자기 파동이지만, 소리는 매질 분자들을 힘으로 밀고 가는 역학적 파동이다. ③빛은 파동의 진행방향과 진동방향이 수직인 횡파이지만 소리는 그 진행방향과 진동방향이 평행인 종파다. ④빛의 속도인 광속은 불변일정하다. 언제 어디서나 무조건 빛의 속도는 변함없는(Constant) 상수 C다. 그러나 소리의 속도인 음속은 변화무쌍이다. 분자들 밀도가 높은 고체-액체-기체 순으로 빠르다. 기체에서도 습도 온도 압력에 따라 다르다. ⑤빛보다 빠른 타키온(Tachyon)을 가상할 수 있지만 광속보다 빠른 건 없다. 그러나 음속보다 얼마든지 빠를 수 있다. 1초 음속을 1시간 음속으로 환산하면(340m/s×60분×60초) 약 1224km다. 마하(Ernst Mach 1838~1916)를 따라 지어진 음속 단위인 1마하다. 제트 엔진 장착 초음속 비행기들은 음속을 뚫고 난다. 로켓 엔진 장착 우주선들은 극초음속으로 난다.
이렇게나 빛과 소리는 다른 점이 많지만 같은 점도 있다. 둘 다 파장이면서 입자다. 빛 입자는 광양자인 광자(photon)다. 소리 입자는 음양자인 음자(phonon)다. 빛 광자(光子)인 포톤은 시각에 의해 보여지고, 소리 음자(音子)인 포논은 청각에 의해 들려지는 파장 속 입자, 즉 파장-입자다. 촉각에 의해 만져지고, 후각에 의해 냄새나며, 미각에 의해 맛이 나는 입자는 아니다. 그런데도 허구적 입자는 아니다. 빛이 있으라(창세기 1:3)! 첫째 날 세상은 빛으로부터 시작된다. 그와 같이 나는 들었노라(如是我聞)! 깨달음은 부처님 말씀 소리를 들음으로 시작된다. 결국 제일의 시원(始原)적 입자는 광자이거나 음자이겠다. 시청각을 온전히 살려 제대로 보고 들으며 살자. 예나 지금이나 이 풍진(風塵) 늘 어지러운 세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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