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성 원리인가? 상대성 이론인가? 원리(原理)는 근원이 되는 이치, 이론(理論)은 이치가 되는 논의다. 둘 다 나름 이유(理由)가 있는 낱말이다. 갈릴레이(Galileo Galilei 1564~1642)가 상대성 원리(principle of relativity)를 꺼냈다면,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은 상대성 이론(theory of relativity)을 끝냈다. 요즘 고등학교 물리 시간에도 다룬다. 그렇다고 쉬운 건 아니다. 이해하기 헷갈린다. 이해하면 상식적 고정관념이 깨진다.
상대성 원리란 모든 운동은 상대적으로 관측된다는 뜻이다. 시속 100㎞ 속도로 달리는 기차 옆으로 자동차가 똑같은 시속 100㎞ 속도로 달리면 기차와 자동차는 정지한 것처럼 보일 것이다. 속도를 서로 달리 하면 그 차이만큼 느리거나 빠르게 가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런데 빛과 똑같은 속도인 초속 30만㎞로 달리는 우주선이 있다면 빛은 정지한 것처럼 보일까? No! 빛과 똑같은 속도인 초속 30만㎞로 달리는 우주선에서도 빛은 여전히 초속 30만㎞로 달린다. 빛의 속도는 늘, 항상, 언제나 변함없이 일정하다는 광속불변의 원리다. 이는 상대성 원리를 위배한다.
상대성 원리와 광속불변의 원리! 둘 중 하나는 틀린다고 가정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모순되는 두 원리를 모두 수용한 새로운 논의가 나왔으니 바로 상대성 이론이다.
1905년 26세의 아인슈타인이 스위스 베른의 특허국 직원일 때 기적적으로 발표한 5편 논문 중 세 번째 ‘움직이는 물체의 전기역학에 관하여’는 상대성 이론의 출발이었다. 가속도가 아니라 등속도로 움직이는 특수한 경우에 적용되는 특수 상대성 이론이다. 논문 제목은 건조하나 내용은 거창하다.
전자기파인 빛의 속도가 불변인데 상대성 원리를 적용하려면 시간과 공간이 변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시간 공간이 변하다니? 도무지 말이 안 될 소리 같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발칙하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면 머릿속 고정관념이 깨지며 살짝 이해된다. 공간과 시간 속에서의 광속이 불변의 고정된 값이라면 상대적으로 공간과 시간이 변해야 한다. 하나의 4차원 시공간(spacetime)으로 합쳐져 변해야 한다. 그래서 광속에 가깝게 움직이는 우주선이 있다면 시간이 지연 팽창된다. 길이가 수축된다. 길이가 수축되니 공간 속 물질의 질량이 증가한다. 단 우주선 안에서 그런 게 아니라 우주선 밖에서 볼 때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뜻이다.
아인슈타인은 1905년 세 번째 논문에서 밝힌 특수 상대성 이론을 발전시켰다. 같은 해에 쓴 ‘물체의 관성은 에너지 함량에 의존하는가?’라는 네 번째 논문에서다. 여기서 에너지값은 질량×광속의 제곱이라는 그 유명한 에너지·질량의 등가 원리(E=mc²)를 밝힌다. 이 단순한 원리가 원자력 발전과 핵폭탄의 이론이 될 줄 아인슈타인은 알았을까? 1905년에는 몰랐을 것 같다. 이후 그는 특수한 경우에 적용되는 특수 상대성 이론을 발전시켜 일반적 경우에 적용되는 일반 상대성 이론을 완성했다. 절대적 시간과 공간을 깨부순 특수 상대성 이론보다 발칙하며 기발하다. 절대적 만유인력인 중력을 깨부수었으니 하는 말이다. 다음 편에 이어진다. 우주관 세계관 인생관 가치관을 와장창 깨부술 과학 원리이자 철학 이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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