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모크리토스(Democritus BC 460~380)는 원자(Atom)라는 개념을 관념적으로 제창했다. 돌튼(John Dalton 1766~1844)은 원자설을 구체적으로 창시했다. 파인만(Richard Feynman 1918~1988)은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파인만의 선언을 헤까닥 뒤집는 설이 나타났으니 끈(string) 이론이다. 모든 물질이 끈(弦)으로 이루어졌다니? 기가 막히다.
이 끈은 초끈(super string)으로 발전했다. 수학적 초대칭을 이루는 아름다운 끈이다. 그 크기는 원자보다 훨씬 작다. 원자보다 작고 원자핵보다 작고 쿼크보다도 작다. 쿼크보다 1억 배나 작다. 그 작은 끈들의 모양새와 진동수에 따라 서로 다른 원자들이 형성된다는 게 끈 이론의 요체다. 끈 이론은 1970년 무렵 시작되었다. 파인만은 끈 이론의 선구적 창시자들 중 한 명인 슈바르츠(John Schwarz 1941~)한테 비아냥거리며 조롱했다. “슈바르츠군! 오늘은 몇 차원에 계시나?”
끈 이론은 4차원보다 높은 고차원을 다룬다. 입자인 점은 0차원이다. 이 세상 모든 숫자를 0으로 나누면 무한대다. 수학적 논리전개가 무의미해진다. 물질의 근본은 0인 점 입자가 아니라 길이를 가진 끈이어야 했다. 끈 이론이 생긴 이유다. X축 길이 1차원에 Y축 길이를 더하면 면적을 가진 2차원이 되고, Z축 길이까지 더하면 부피를 가진 3차원이 된다. 여기에 시간까지 더하면 우리가 사는 4차원 시공간(spacetime)이다. 그런데 멀리서 보면 길이만 있는 선이지만 가까이 가면 면적과 부피가 있는 3차원 입체다. 그렇다면 X축 Y축 Z축 각각 3차원이다. 다 합치면 9차원이다. 여기에 시간을 더하면 10차원이다. 10차원을 휘말고 있는 막(Membrane)까지 더하면 11차원이다. 위튼(Edward Witten 1951~)이 제안한 막 이론(M 이론)이다.
초끈 이론과 막 이론으로 발전한 끈 이론은 수학적으론 우아한 논설이나 과학적으론 어설픈 가설이다. 11차원 시공간을 만들 수 없으니 실험할 수도 관측할 수도 없다. 머릿속 사고실험마저도 불가능하다. 맞다고 증명할 수도, 틀리다고 반증할 수도 없다. 끈 이론은 수학으로 추상하는 과학이다. 끈 이론을 공상과학이거나 유사과학이라 하는 이유다. 뻥 허풍 엉터리라고 비난받는다. 과연 끈 이론은 어찌 귀결될까? 맞다면 만물이론(Theory of Everything)의 완성이다. 전자기력과 중력을 통합하려던 아인슈타인의 숙원이 이루어지며 양자역학자들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겠다. 전자기력-중력-핵력-약력을 통합하는 만능 방정식이 만들어질 것이다. 틀리다면 아무것도 아닌 무적(無的)이론(Theory of Nothing)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끈 이론을 배우는 학생들을 타락시킨다고 유죄가 되진 않을 것이다. 수학적으로 너무나도 아름답기에… 마치 고대 그리스에서 신성모독으로 사형당할 위기에 처한 프리네가 너무나도 아름답기에 무죄로 풀려난 것처럼. 그녀는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의 모델이 되고도 남을 만큼 아름다웠다.
개인적 주관적 자의적으로 아름다운 끈 이론에 끌린다. 내 몸이 진동하며 움직이는 걸 보면 내 몸 깊은 곳에서 진동하는 끈이 근원적 씸이 되어 힘을 내는 것 같아서다. 그다지도 우아하며 아름답다는 끈 이론의 귀추를 지켜볼 일이다. 재미있고 의미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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