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마지막 국무회의서 ‘자기 방탄 法’ 공포, 이런 대통령은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임기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법안들을 의결·공포했다. 5년 임기를 마치며 마지막으로 서명한 법이 자신과 정권의 불법 수사를 막기 위한 ‘방탄법’이었다. 그는 이날 “검찰 수사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다”고 했는데, 누가 우려한다는 것인가.
문 정권은 마지막까지 꼼수와 편법을 총동원했다. 이날 민주당은 통상 오후 2시인 본회의 개회를 오전 10시로 앞당겼다. 찬반 토론도 없이 3분 만에 검수완박 관련 법안을 표결에 부쳤다. 청와대는 통상 오전에 열리는 국무회의를 오후로 늦췄다. 국무회의 연기는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 대응 때처럼 경제·안보상 긴급한 경우에만 극히 예외적으로 해왔다. 국회에서 넘어온 검수완박 법안을 바로 공포하려고 ‘꼼수’를 쓴 것이다. 위장 탈당, 회기 쪼개기 등에 이어 ‘고무줄 회의’까지 했다.
법안 내용은 심각하다. 검찰의 선거·공직자 범죄 수사권이 없어져 국회의원과 정권 고위직이 득을 보게 됐다. 지금도 과부하로 문제가 있는 경찰 수사가 밀리면 국민은 피해 구제를 받기가 어려워진다. 경찰 불송치 사건에 대해 ‘고발인’이 이의 신청을 못 하게 차단한 것도 문제다. 친정권 성향인 참여연대조차 ‘공익 범죄나 사회적 약자 관련 사건에 대한 고발이 막힌다’며 삭제를 요구했다. 검사를 영장 청구 등 수사 주체로 보는 헌법 취지와도 어긋난다. 법원행정처는 이미 “위헌 견해가 상당히 유력하다”고 했다.
무엇보다 정권이 마지막에 자기 비리 수사를 막는 법을 공포한 건 법치 국가에선 유례가 없는 일이다. 울산 선거 공작은 문 대통령 친구를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 8개 조직이 나서 야당 후보를 억지 수사하고 다른 후보를 매수한 사건이다. 청와대 수석·비서관 13명이 기소됐다.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은 ‘언제 폐쇄하느냐’는 문 대통령의 한 마디로 시작됐다. 문 대통령 딸 가족의 해외 이주를 도운 이상직 의원은 수백억원대 횡령 혐의에도 도리어 국회의원이 됐다. 대장동 사건은 희대의 거액 부정 사건이지만 사실상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대법원에서 주요 민주당 정치인들을 봐주기 위한 재판 농단이 있었다는 심각한 정황이 있지만 이 역시 수사가 없었다. 모두 문 정권이 수사를 틀어막고 뭉갠 결과다. 이제 정권이 바뀌어 검찰 수사를 더는 막지 못하게 되자 아예 도둑이 포졸을 없애는 법을 만든 것이다. 참으로 충격적인 사태다.
검찰 제도는 74년간 대한민국 형사 사법 체계의 골간이었다. 법치와 국민 실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 기본 제도인데도 토론과 숙의 없이 송두리째 뒤집혔다. 그동안 검찰 수사에 많은 문제가 드러나 개선이 필요하지만 빈대를 잡는다고 집을 불태울 수는 없는 일이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 국무위원 오찬에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시대를 연 정부로 평가되고 기억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퇴임 후 자신의 안전 보장을 위해 헌정사에 오점을 남긴 정권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런 대통령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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