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모음

문재인 검수완박, 윤석열의 마이웨이

bindol 2022. 5. 4. 04:45

문재인 검수완박, 윤석열의 마이웨이

중앙일보

입력 2022.05.03 23:28

업데이트 2022.05.03 23:32

오병상 기자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구독

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전체 회의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에게 인수위가 준비한 국정과제를 전달받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 220503

1. 문재인 대통령이 3일 국무회의에서 검수완박법을 의결공포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무회의가 열리는 청와대 앞으로 몰려가 항의시위를 했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당선인은 별 반응이 없습니다. 대신 인수위가 이날 국정과제를 발표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 본관 세종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검수완박법 의결에 앞서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2022.5.3 /청와대사진기자단

2. 윤석열 인수위가 3일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 중 4번째가 ‘형사사법개혁을 통한 공정한 법집행’입니다.
내용은..이미 언급됐던 ‘검찰 독립성강화’입니다. 검찰강화로 들립니다.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해서 검찰총장에 간섭하지 못하게 하고, 검찰청 예산편성도 독립적으로 할 수 있도록 허용합니다.

3. 여기서 주목되는 대목은 ‘새 법령시행으로 수사지연 부실수사 등 국민불편 해소’와 ‘공수처의 우월적 지위남용  폐단개선’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에 대한 반격입니다.
‘새 법령’은 검수완박법(검찰청법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말합니다. 이와 관련된 공약이 ‘검찰ㆍ경찰 수사책임제’입니다. 각자 맡은 수사를 열심히 하자는 것인데, 문재인의 ‘검찰 수사권박탈’과 충돌합니다.
공수처의 우월적 지위남용이란 ‘공수처가 검찰 경찰에 사건이첩을 요구할 수 있다’는 공수처법24조를 말합니다. 윤석열이 ‘독소조항’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검찰이 수사중인 사안을 공수처가 뺏어가면 안된다는 얘기입니다.

4. 윤석열은 느긋하게 ‘마이웨이’를 선언하는 모습입니다. 그럴만합니다.
첫째, 검수완박법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검찰의 수사권이 상당히 지켜졌기 때문입니다.
6대범죄 수사권이 2대범죄(부패ㆍ경제범죄)로 좁혀졌지만 ‘부패ㆍ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범죄’로 규정되었기에 앞으로 윤석열대통령령으로 상당히 수사권을 넓힐 수 있습니다.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한 직접 보완수사권도 확보했습니다. 마지막 본회의에서 ‘검찰이 수사중인 사건을 경찰에 넘겨야한다’는 부칙도 없어졌기에..대장동사건 등 현재 검찰이 수사중인 사건을 계속 수사할 수 있습니다.

5. 둘째, 경찰로 넘어간 수사권 역시 윤석열의 품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검찰 입장에선 권한을 빼았겼다고 하겠지만, 대통령 윤석열 입장에선 주머니돈이 쌈지돈입니다. 경찰은 대통령에게 더 충성해온 행정조직입니다. 수사능력이 떨어지는 부분은 윤석열 말처럼 ‘검사 투입’으로 ‘검경 협력’하면 됩니다.

6. 셋째, 문재인이 손대지 않은 ‘상설특검’이란 칼이 남아 있습니다.
측근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언제든지 휘두를 수 있는 강철검입니다. 한동훈이 발의하면 윤석열이 특검을 임명해 특수부를 꾸리면 됩니다. 국세청등 행정부를 총동원할 수 있기에 검찰특수부보다 훨씬 막강합니다.

7. 지는 권력은 요란하게 검수완박 했다지만, 뜨는 권력 입장에선 휘두를 칼이 전혀 부족하지 않습니다.
정권교체라는 큰 물결 앞에서 몇가지 법개정으로 저항한다는 것이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다만..이런 정치판 권력다툼 와중에 애꿎은 사회적 약자들, 특히 범죄피해자들의 인권이 침해된다는 점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칼럼니스트〉
2022.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