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진의 마음으로 사진 읽기] [21] 한국의 가족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연달아 있는 5월의 시작이다. ‘가정의 달’이라는 말은 구식이 되었고, 엔데믹의 첫 징검다리 연휴에 도심이 한산하다. 가족의 형태는 생물처럼 변한다. 우리는 스스로 인지하는 것보다 휠씬 빠른 속도로 새로운 방식을 택하며 살아간다. 누구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지, 결혼을 해야 할지, 일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쓸지, 어디에 살지, 무엇을 소비할지 등 생활을 위한 사소한 질문부터 인생을 위한 중요한 결정까지 개인의 고민들이 모여서 동시대의 사회상이 형성된다. 지금의 대한민국에선 열 집 중 네 집 이상이 혼자 사는 가구다. 자연히 가족의 정의와 의미에 대한 인식도 예전 같을 순 없다.
주명덕(1940~)은 전쟁 이후인 1960년대 말에 전통 질서가 재편되고 산업화가 이끄는 사회상의 단면을 촬영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월간지 사진기자 일을 시작하면서 ‘한국의 가족(1971~1972)’ 연작을 총 8회에 걸쳐 기획, 실행하였는데 “핵가족이라는 유행 속에서도 여전히 대가족주의 사상이 의식의 흐름을 지배하는” 현상을 추적하기 위한 의도를 분명하게 밝히고, 동시대 가족의 형태를 충실히 기록했다. ‘대가족의 위풍’, ‘핵가족의 고독’, ‘애정이 있는 빈가(貧家)’, ‘도시의 불우아들’ 등 매 회 차별적인 스토리를 집중적으로 구성했던 이 연작은 어느새 오십년의 시간을 입고 우리가 얼마나 멀리 왔는지를 보여주는 증거가 되었다.
1971년 신축 아파트에 사는 4인 가족은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구호를 앞서 실천했다. 마당 없는 집으로 이사했지만 베란다 밖으로 줄을 매어 빨래를 햇볕에 말릴 수 있으니 괜찮다. 작품 속에서 웃고 있는 젊은 가족은 사진 찍힐 당시엔 ‘고독한’ 핵가족으로 인식되었지만, 한 자녀 가족이 대세인 지금의 눈엔 보기 드물게 단란한 가족이다. ‘이상적인 자녀 수는 두 명’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현실에 대한 착시를 일으키고는 있지만, 우리는 점점 더 잘게 쪼개지는 가족으로 살고 있다. 콘크리트 아파트 사이에서 피고 지는 복숭아꽃 진달래꽃이 내게도 마음의 고향으로 남았으니, 지나간 것은 다 그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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