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민이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지난해 7월 교육방송 EBS가 적절치 못한 단어를 사용했다며 사과한 일이 있다. EBS 공식 SNS에 만화 ‘포텐독’의 삽입곡 ‘똥밟았네’ 홍보영상을 게시하면서 해시태그(#)에 ‘잼민’이라는 단어를 붙이자 아동·청소년 비하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당시 SNS 담당자는 “재미있는 어린아이를 부르는 유행어라고 짐작했다”며 “정확히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거기에 비하의 의미가 담겨 있었는지 몰랐다”며 경위를 설명하고 사과했다.
EBS 공식 트위터. 사진 SNS 캡처
‘잼민이’는 온라인상에서 미성숙하고 무례한 행동을 하는 초등학생을 일컫는 말이다. 한 인터넷 방송 플랫폼에서 2019년부터 사용된 이 단어는 ‘재민’이라는 이름의 어린 남자아이 목소리에서 유래됐다. 실제로는 인공의 전자 목소리였지만 이용자 사이에서 재미있다는 반응이 쏟아졌고 ‘잼(재미)+재민이’가 합성된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이처럼 처음엔 정말 귀엽고 재밌는 초등학생을 지칭하는 말이었는데, 온라인 게임 등에 참여한 아이들의 무례한 행동에 화가 난 어른들이 무개념 저연령층을 비꼴 때 사용되면서 ‘급식충’ 같은 혐오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 사회에 무분별하게 만연하고 있는 신조어들의 폐단 중 하나이며, 세대 간의 갈등이 촉발한 혐오문화 중 하나이기도 하다. 모든 초등학생이 무례한 건 아닌데 어른들은 나잇값 못하는 동료를 놀릴 때면 ‘초딩’이라 하고, 저연령층은 어른이면 모두 싸잡아 ‘꼰대’라고 싫어한다. 갑자기 등장한 신조어는 그 의미가 정확치 않다. 특히나 ‘잼민이’처럼 전혀 다른 뜻으로 파생되기도 한다. 단어 사용에 좀 더 신중해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