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또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가수 최백호의 사투리 섞이고, 낮게 읊조리는 듯한 목소리에 ‘낭만 가객’이라는 수식어보다 좋은 표현이 있을까. 누군가에게는 투박한 아저씨 목소리지만, 누군가에게는 쓸쓸한 정서 그 자체인 목소리. 만약 그가 ‘낭만에 대하여’를 부르지 않았더라면 그 수식어는 달라졌을까. 아무튼 ‘낭만’이라는 단어에는 묘한 색감이 있다. 사연 있어 보이고, 의미 있어 보이고, 멋있어 보인다. 그런데 객기 쩌는 ‘낭또(낭만 또라이)’라면 어떨까.
‘낭또’는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극강의 ‘짠내’ 나는 일상을 보여주고 있는 배우 차서원의 별명이다. 데뷔 9년 차 배우인 그는 용산 남영동에 위치한 좁은 상가건물 2~3층을 얻어 사는데 집에 보일러가 없어 한겨울에는 직접 등유를 사다가 난로를 피워야 하고, 체온을 올리기 위해 수시로 줄넘기를 한다. 그래도 자신의 경제수준으로 실내 한쪽에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포장마차를 꾸밀 수 있어서 행복하단다. 모든 걸 직접 꾸몄다는 포장마차에는 주종에 맞는 술잔은 물론이고, 2000년대 복고감성의 노래와 ‘차서원표’ 칵테일이 흐른다. 분명 튀는 취향이고, 의식적으로 오버하는 감성 같지만, 그래도 매력은 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극강의 ‘짠내’ 나는 일상을 보여주고 있는 배우 차서원. 사진 영상 캡처
전설처럼 전해지는 선배들의 이야기 중 낭또 스토리는 많다. “2차는 바다 가서 할래?” “그래 가자!” 내일 출근을 하는지, 택시비는 얼마나 나오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다로 달려갔던 낭또들. 요즘 드라마에도 이런 장면이 곧잘 등장하는 걸 보면 이 시대에도 낭또는 매력 있는 존재인가 보다. 내 안의 ‘낭또’는 아직 살아있는지 안부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