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지인들과의 만남에는 인생 지혜가 쌓이고
남과 자신을 존중하는 자존감도 함께 생기게 한다
며칠 전, 난생처음으로 패션쇼라는 곳에 가봤다. 회색 승복 몇 벌로 일 년을 사는 내게 패션은 그야말로 낯선 미지의 세계다. 필요한 옷가지 몇 벌 사는 쇼핑도 질색하는 난 승복 안에 입을 티셔츠나 속옷, 양말, 신발까지도 한 가지 종류만 고수하며 살고 있다. 그런 내게 패션쇼 초청이 온 것이다. 다름 아닌 올봄부터 정기적으로 만나 우정을 나누어온 머리카락 없는 남자들의 모임인 ‘무모한 형제들’의 맏형 이상봉 선생님이 주최하는 고등학생 패션쇼 경연대회였다. 청소년의 꿈을 응원하는 의미 있는 자리인지라 응원하기 위해 참석했는데 고등학생들의 디자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재미있으면서도 창의력 넘치는 의상들이 많아 문외한인 나에게도 왠지 모르는 자극이 되었다.
패션쇼 도중 방탄소년단의 음악이 나오자 내 옆에 앉아 있던 ‘무모한 형제들’의 다른 멤버, 배달의 민족 김봉진 대표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최근에 딸과 함께 방탄소년단 콘서트에 다녀왔는데 4만 명의 팬들이 한 곡 한 곡을 모두 따라 부르던 장면이 인상적이었다고 말이다. 그 소리가 웅장하고 장엄하게까지 느껴졌다고 말이다. 과연 어떤 광경일까 잠시 상상해보다 4만 명의 팬들이 함께 부르는 노래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패션쇼가 끝나자마자 방탄소년단 음악을 찾아 들어봤다. 덕분에 이름만 들어보고 음악은 잘 몰랐던 아이돌 세상과 만나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자 격조했던 이들과의 만남이 이어졌다. 인문학자 고미숙 선생님과 스타강사로 잘 알려진 김미경 선생님과의 만남 역시 그즈음에 이루어졌다. 두 분 다 나보다 십년 인생 선배이지만 철마나 한 번씩 만나며 이야기를 나누는 따뜻한 사이가 된 지 어느덧 3년이다. 낙원상가 근처에 있는 한옥마을 익선동에서 만나 식사를 하고 조용한 찻집에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고미숙 선생님은 공자의 논어를 깊이 이해하려면 주역을 먼저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들려주셨다. 선생님 덕분에 감사하게도 나는 동의보감과 명리학을 만나게 되었고 두 분야를 공부하면서 세상을 보는 눈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