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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며들다

bindol 2022. 5. 21. 04:15

윤며들다

중앙일보

서정민 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차장

요즘 MZ세대에서 유행하는 신조어 중에 ‘○며들다’라는 말이 있다. 속으로 배어들다, 마음 깊이 느껴지다, 라는 뜻을 가진 단어 ‘스며들다’를 응용한 말이다. 어떤 대상에 애정을 느끼면서 나도 모르게 스르륵 빠져들었을 때 사용한다.

원조는 개그맨 김해준이다.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한 코너인 ‘B대면 데이트’에서 카페 사장 ‘최준’을 연기하고 있는 그의 느끼하고 오글거리는 말투에 묘한 중독성을 느낀 젊은 세대가 ‘최준에게 빠져든다’는 의미로 ‘준며들다(최준+스며들다)’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지난 4월 25일(현지시간) 미국 LA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로 역대 두번째, 64년 만의 아시아 출신 여우조연상 수상자가 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윤며들다’는 배우 윤여정(사진)에게 스며들었다는 의미다. 지난 4월 25일(현지 시간) 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이 74세 유쾌한 할머니에게 전 국민이 빠져들었다. 재치와 유머를 겸비한 수상소감부터 연륜이 묻어나는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윤여정 어록’을 생산하고 있다. “유럽 애들은 뭐 정정이 윤정이 막 부르더라. 얘, 오늘은 다 용서해줄게”처럼 ‘얘’로 시작하는 특유의 탈권위적이고 솔직한 말투는 ‘휴먼여정체’라는 화법으로 유행한다. 청바지를 즐겨 입고 블랙&화이트를 좋아하며 캐주얼과 클래식을 오가는 그의 젊고 품격 있는 패션 스타일도 ‘70대 뉴룩’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화제다.

물 한 방울이 스며든 티슈 한 장의 무게는 대수롭지 않다. 그런데 이 티슈들이 쌓이고 쌓이면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확실한 존재감을 갖게 된다. 화려하진 않지만 열심히 쌓아올린 윤여정의 연기경력 56년의 무게가 이와 같다. “늙어도 괜찮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다”는 윤여정은 앞으로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스며들까.

서정민 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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