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턴족
서정민 스타일팀장
도로 표시판에 흔히 쓰이는 U턴이 일상의 신조어로 유행한 건 우울한 경제상황을 빗대어 설명하면서부터다. 과거엔 대도시에 취업했다 귀향하는 시골 출신자, 사회 진출이 막막해 대학원에서 시간을 벌려고 학교로 돌아온 대학생들을 ‘U턴족’이라고 불렀다.
코로나19로 올해 새로운 U턴족이 등장했다. 해외 여행 길이 막히면서 국내 여행지로 발길을 돌린 사람들이다. 한국발 여행객의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가 186개국(6일 기준)에 달하고, 주요 여행지로 꼽혔던 서유럽과 미국·일본 등지에선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졌다. 하늘길이 막히자 ‘집콕’ 생활에 지친 사람들은 결국 국내 여행으로 눈길을 돌렸다.
유턴표지
덕분에 국내 항공·숙박업계는 숨통이 트인 모양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4월 29일부터 이달 5일까지 황금연휴 동안 국내 항공편 이용 승객은 92만6000명에 달했다. G마켓·옥션의 4월 1~26일 국내 숙박 상품 판매량은 전월 동기 대비 56% 증가했다. ‘제주도 갈 거면 동남아 가겠다’고 했던 사람들, 마지못해 되돌린 발길이지만 이 기회에 국내 구석구석 좋은 여행지를 새롭게 발견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말 통하고, 우리 입맛에 맞는 별미를 맛볼 수 있으니 얼마나 편한가.
다만, 여행 U턴족이 반가우면서도 한편에선 불안한 마음이 든다. 정부는 오늘부터 ‘생활 속 거리두기’로의 전환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연휴 동안 20만의 관광객이 찾은 제주도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2주간 연장한다. 여행객 중 관광지에서 마스크 쓴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아직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 방심은 금물이다.
서정민 스타일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