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히 하루하루 애쓰다 죽은 뒤에나 그만둘 것이다!
- 俛焉日有孳孳, 斃而后已!·면언일유자자, 폐이후이!
‘시경’의 ‘소아’편에 “높은 산을 우러르며 큰 길을 걸어간다”는 말이 있다. 공자께서 (이 시를 읽고)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시(詩)가 인(人)을 좋아함이 이와 같구나. 도(道)를 향해 가다가 중도에서 그만두더라도 몸이 늙어가는 줄도 잊고 남은 날이 부족한 것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부지런히 하루하루 애쓰다가 죽은 뒤에나 그만 둘 것이다!”
‘小雅’曰: “高山仰止, 景行行止.” 子曰: “詩之好仁如此. 鄕道而行, 中道而廢, 忘身之老也, 不知年數之不足也. 俛焉日有孳孳, 斃而后已!”(‘소아’왈: “고산앙지, 경행행지.” 자왈: “시지호인여차. 향도이행, 중도이폐, 망신지노야, 부지년수지부족야. 면언일유자자, 폐이후이!”)
‘예기(禮記)’의 ‘표기(表記)’ 편에 나오는 문장이다. ‘높은 산’은 선비가 지향할 목표이고, ‘큰 길’은 실천의 도정이다. 즉 선비는 높은 산을 우러러보며 지름길이 아닌 큰 길을 택해 걷는다. 선비가 지향하는 요체는 수기(修己)와 안인(安人)이다. 수기는 자기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수양하고 수정해 나가는 것이고, 안인은 자신과 관계를 맺는 수많은 사람에게 평안과 안식을 주는 것이다. 그리하여 자신에게는 추상같이 엄격하지만 남에게는 춘풍처럼 온화한 것이 선비 모습이다. 공자가 여기서 말한 인은 유학사상의 가장 대표적인 개념이다. 공자는 여러 제자에게서 인에 대한 질문을 받았는데, 그때마다 제자들 수준에 맞춰 답을 해주었다. 그 답은 일정하지 않고 다양했다. 하지만 그 답을 관통하는 일관된 정신은 바로 자기 자신을 이기는 극기(克己)와 남을 사랑하는 애인(愛人)이다. 극기와 애인은 위에서 말한 수기 및 안민과 맥을 같이 한다.
공자의 이 이야기에서 가장 주목할 대목은 ‘중도에서 그만둔다’는 표현이다. 선비는 지향한 목표를 향해 죽는 날까지 가도 끝나지 않는 길을 간다는 것이다. 백년, 천년을 가든, 중도에서 그만둘 수밖에 없는 길이다. 죽어야만 멈추는 길이다. 그 길이 ‘높은 산’을 향해 난 ‘큰 길’이기에 간다. 죽을 때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그저 그 길을 가는 것 자체가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이라는 신념이 있어야만 갈 수 있다. 요즘 그런 길을 택해 갈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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