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63> 조선 전기 이안유가 세 물건을 벗으로 삼은 뜻
물건을 벗으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多以物爲友者矣·다이물위우자의)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기해년(1419년) 가을, (벗 이안유가) 벼슬에서 물러나 남쪽으로 돌아와 영천의 서파리에 살면서 스스로 호를 서파삼우라 했다. 삼우는 부싯돌, 뿔잔, 쇠칼이다. … 나는 벗이라는 것은 그 덕을 벗으로 삼는 것이라 생각한다. 참으로 벗으로 삼을 만한 덕이 있다면 사람과 물건 모두 벗으로 삼을 수 있다. 그래서 옛사람은 물건을 벗으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歲己亥秋, 乞退南還, 居永之西坡里, 自號曰西坡三友. 三友者, 陽隧也, 角觥也, 鐵刀也. … 余惟友也者, 友其德也. 苟有可友之德, 則人與物, 皆可以爲友也. 故古之人, 多以物爲友者矣.(세기해추, 걸퇴남환. 거영지서파리, 자호왈서파삼우. 삼우자, 양수야, 각굉야, 철도야. … 여유우야자, 우기덕야. 구유가우지덕, 즉인여물, 개가이위우야. 고고지인, 다이물위우자의)
위 문장은 유방선(柳方善·1388~1443)의 글 ‘西坡三友說(서파삼우설)’로 ‘동문선(東文選)’ 권98에 수록돼 있다. 부친 유기(柳沂)가 1409년 민무구(閔無咎)의 옥사에 연루돼 그 역시 오랫동안 유배와 금고에 시달렸다. 유방선이 경북 영천에서 유배 생활을 할 때 이안유(李安柔)와 교유했다. 이안유는 1405년 문과에 급제해 여러 벼슬을 역임했지만 세종의 눈 밖에 나 고난을 겪었다. 실의에 빠진 그는 사람보다 물건을 벗으로 삼았다. 위에는 생략됐지만 유방선은 삼우설의 의미를 적어놓았다. 부싯돌로 불을 얻어 마음의 덕을 밝히고 세상을 밝히고, 뿔잔은 맑은 술이든 탁한 술이든 다 담아내는 도량이 있다. 칼은 예리함으로 고기를 잘 썰어서 백성에게 나누어 주는 것처럼 공평하고 그 예리함을 정치에 이용하면 사건을 정확하게 판결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유방선은 안으로 자신을 수양하는 방법과 밖으로 백성을 다스리는 도리가 이 세 가지 물건에 있다고 했다. 물건을 벗으로 삼은 이유는 이것들로 자신의 배나 채우려는데 있는 게 아니라, 선비로서의 큰 뜻을 담았다는 것이다. 당나라 백거이는 시와 술과 거문고를 삼우(三友)로 삼았고, 송나라 증단백(曾端伯)은 아홉 가지 꽃에 술을 합하여 십우(十友)로 삼기도 했다. 독자들께서는 어떤 물건들을 벗으로 삼고 있는지 자못 궁금하다.
歲己亥秋, 乞退南還, 居永之西坡里, 自號曰西坡三友. 三友者, 陽隧也, 角觥也, 鐵刀也. … 余惟友也者, 友其德也. 苟有可友之德, 則人與物, 皆可以爲友也. 故古之人, 多以物爲友者矣.(세기해추, 걸퇴남환. 거영지서파리, 자호왈서파삼우. 삼우자, 양수야, 각굉야, 철도야. … 여유우야자, 우기덕야. 구유가우지덕, 즉인여물, 개가이위우야. 고고지인, 다이물위우자의)
위 문장은 유방선(柳方善·1388~1443)의 글 ‘西坡三友說(서파삼우설)’로 ‘동문선(東文選)’ 권98에 수록돼 있다. 부친 유기(柳沂)가 1409년 민무구(閔無咎)의 옥사에 연루돼 그 역시 오랫동안 유배와 금고에 시달렸다. 유방선이 경북 영천에서 유배 생활을 할 때 이안유(李安柔)와 교유했다. 이안유는 1405년 문과에 급제해 여러 벼슬을 역임했지만 세종의 눈 밖에 나 고난을 겪었다. 실의에 빠진 그는 사람보다 물건을 벗으로 삼았다. 위에는 생략됐지만 유방선은 삼우설의 의미를 적어놓았다. 부싯돌로 불을 얻어 마음의 덕을 밝히고 세상을 밝히고, 뿔잔은 맑은 술이든 탁한 술이든 다 담아내는 도량이 있다. 칼은 예리함으로 고기를 잘 썰어서 백성에게 나누어 주는 것처럼 공평하고 그 예리함을 정치에 이용하면 사건을 정확하게 판결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유방선은 안으로 자신을 수양하는 방법과 밖으로 백성을 다스리는 도리가 이 세 가지 물건에 있다고 했다. 물건을 벗으로 삼은 이유는 이것들로 자신의 배나 채우려는데 있는 게 아니라, 선비로서의 큰 뜻을 담았다는 것이다. 당나라 백거이는 시와 술과 거문고를 삼우(三友)로 삼았고, 송나라 증단백(曾端伯)은 아홉 가지 꽃에 술을 합하여 십우(十友)로 삼기도 했다. 독자들께서는 어떤 물건들을 벗으로 삼고 있는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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