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백악관의 혼란상을 그린 밥 우드워드의 신간 『공포』를 인용한 글이 적지 않지만 하나를 더 보태기로 결심한 건 이 한마디 때문이었다. “놀랍더라.” 과거 청와대에서 일했던 인사가 책 얘기를 하며 한 감탄이다. 그러면서 “나도 할 말은 한다고 한 사람이었지만 그렇게까지야”라고 했다. “지독한 거짓말쟁이”(존 다우드 개인변호사)에다 “감정이입이든, 연민이든 심리 능력은 제로”(라인스 프리버스 전 백악관 비서실장)인 트럼프를 두고 한 말이 아니었다. 참모들과 그의 관계, 엄밀하게 그의 조롱에도 참모들이 어느 정도까지 조언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였다. 놀랍긴 했다. 나토 무용론의 트럼프를 설득하기 위해 참모들이 모였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조셉 던퍼드 합참의장 등이었다. 트럼프가 존 매케인 상원의원에 대해 사실과 다른 얘기를 하자 매티스가 말했다. “아니오, 대통령(No, President). 반대로 알고 있는 겁니다.” 나토를 두곤 참모들이 “대통령과 생각이 다르다”고 했다. 던퍼드는 동맹국의 경제적 어려움을 언급했고, 매티스는 “만일 나토가 없었다면 나토 같은 것을 창설(invent)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결국 한발 물러났다고 한다. 매티스에게 “알겠다(You can have your NATO). 그래도 (나토) 분담금 수금은 해야 한다”고 했지만 말이다. 민주당원이면서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한 게리 콘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인식을 바꿔놓기 위해 애쓰곤 했다. 하루는 트럼프에게 물었다. “왜 그리 생각하게 됐느냐.” 트럼프가 “원래 그랬다. 30년 동안 그렇게 생각해 왔다”고 답하자 콘은 “그렇다고(오래 믿었다고) 옳은 건 아니다. 난 15년간 프로미식축구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고 했다. 콘에겐 이런 일화도 있었다. 콘이 긍정적인 일자리 통계를 내밀자 트럼프가 으스대듯 “내 관세정책 때문이다. 그게 먹히고 있다”고 반색했다. 콘이 관세정책에 반대했던 걸 염두에 둔 게다. 실제론 관세정책 시행 전이었다. 콘은 농반진반으로 “당신은 진짜 잡놈(fucking asshole)”이라며 트럼프의 팔을 툭 쳤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참모들은 과연 대통령에게 어떤 조언을 어느 정도까지 하고 있는지 궁금해지곤 한다. 사실을 제대로 전하고 있을까. 탈원전이나 소득주도 성장, 인사 논란, 그리고 대통령의 “미래핵에 대해 북한은 폐기 조치를 이미 취했다”는 발언 등을 볼 때면 더욱 분발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고정애 중앙SUNDAY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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