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메타버스 사피엔스] [5] 세상이 바뀌면 생각도 바꿔야
정말 저런 옷을 멋있다고 생각했던 걸까? 머리는 또 왜 저런 걸까? 가끔 옛날 사진들을 보며 드는 생각이다. 분명히 20년, 30년 전엔 최신 패션이었을 옷들. 이제 보면 촌스럽기 짝이 없다. 옷과 헤어스타일만이 아니다. 표정도 무언가 어색하고, 분명히 나로 보이는 사진 속 내가 나 자신이 아닌 듯하다.
시간이 지나면 변하는 것은 외모와 패션의 기준만이 아니다. 나와 세상을 바라보는 생각 역시 변하는 게 당연하다. 예를 들어, 인터넷에 대한 우리의 과거 믿음도 말이다. 1990년도 월드와이드웹(WWW)의 등장과 함께 인류가 하나의 거대한 정보망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호모 사피엔스. 놀라움과 오만으로 가득했던 우리는 모두 믿었었다. 정보가 자유롭게 대륙에서 대륙, 국가에서 국가, 개인에서 개인으로 이동할 수만 있다면 더 이상 전쟁도, 독재도 불가능할 것이고, 이 세상 모든 정보가 모든 사람에게 공유될 수만 있다면 미래 사회는 혁신과 지성의 세상이 될 거라고 말이다.
월드와이드웹이 등장하고 30년 지난 오늘날. 20~30년 전 믿었던 우리의 생각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촌스럽고 순진해 보인다. 정보가 많아지면 세상이 자동으로 좋아질 거라 믿었던 우리. 하지만 대부분 정보는 가짜 정보이기에, 이제 우리는 정보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세상에서 동시에 진실과 지식이 점점 사라져가는 역설적인 경험을 하고 있다. 더구나 추천 알고리즘과 ‘필터버블’로 이미 둘러싸여 있기에, 디지털 세상에서의 현실은 더 이상 타인과 공유가 불가능한, 나 자신과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만의 유아독존적인 편 가르기에 불가하다.
대중 강연이 끝나고 “당신이 오늘 한 이야기는 예전에 한 말과는 다르지 않습니까!?”라고 항의한 관객에게 영국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팩트가 바뀌면 저는 제 생각을 바꿉니다. 선생님은 어떻게 하시나요?” 그렇다. 변하는 팩트와 세상을 무시하고 과거 믿음에 집착만 한다면, 생각은 이데올로기가 되고, 이데올로기는 미신이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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