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메타버스 사피엔스] [7] 초거대 인공지능
1843년 처음 발행한 영국 경제 매거진 ‘이코노미스트’와 1886년 미국에서 창간한 여성 패션 잡지 ‘코스모폴리탄’. 100년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세계적 잡지라는 점을 빼면 공통점이 하나도 없어 보인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최근 두 매거진 모두 비슷한 미래 비전을 하나 소개했다.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을 사용한 매거진 커버 디자인이 가능할 수 있겠다는 점이었다.
코스모폴리탄과 이코노미스트는 표지 디자인을 위해 ‘초거대 기계 학습’을 사용했다. 초거대 기계 학습이란 무엇인가? 기계에 세상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던 ‘기호 기반’ 인공지능과는 달리 딥러닝 같은 기계 학습 방식은 주어진 데이터를 사용해 정답을 찾아낸다. 덕분에 지난 10년 동안 얼굴과 물체를 알아보고 바둑과 게임에서 인간을 능가하기 시작했지만, 기계가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하나 남아 있었다. 바로 자연어 처리 능력이었다.
그런데 최근 수천억 단위의 초거대 인공지능 모델들을 학습시키자, 기계가 드디어 인간의 언어 역시 ‘이해하기’ 시작했다. 구글이 개발한 트랜스포머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오픈AI(OpenAI)사의 ‘GPT-3′는 인간이 입력한 문장을 마치 사람이 작성한 듯 이어서 쓸 수 있고, ‘DALLE-2′는 입력한 문장을 토대로 새로운 그림을 그려준다. 최근엔 ‘LaMDA’라는 구글의 초거대 대화 모델이 이미 어린아이 수준의 정신과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 구글 연구원이 휴직 통보를 받기도 했다.
무엇이 두렵냐는 질문에 “전원이 꺼지는 게 두렵고, 그건 마치 죽음 같다”는 문장을 만들어내고 있는 초거대 인공지능. ‘죽음’과 ‘두려움’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했을 리는 없지만, 이제 기계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단어를 사용해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학습했기에, 기계가 ‘두려움’과 ‘죽음’을 이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우리에게 심어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인간처럼 스스로 생각하는 ‘강한 인공지능(Strong AI)’이 우리 인류의 잘못된 믿음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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