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138] 나라를 망하게 하는 한마디 말
공자가 오늘날 법무장관이나 검찰총장에 해당하는 대사구(大司寇)라는 고위직에 오른 일이 있었다. 그를 등용한 임금은 노나라 정공(定公)이다. 그래서인지 그후 공자는 애공(哀公)이 정사에 대해 질문을 하면 대충 답을 해주는 반면, 정공이 질문을 하면 곡진하게 답을 했다. ‘논어’ 자로(子路)편에 나오는 정공과 공자의 대화다.
정공이 물었다. “한마디 말로써 나라를 흥하게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공자가 말했다. “말로써 이와 같이 기약할 수 없겠지만 사람들이 하는 말 중에는 ‘임금 노릇 하기가 어렵고 신하 노릇 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으니 만일 임금 노릇 하기의 어려움을 안다면 한마디 말로 나라를 흥하게 하는 것을 기약할 수 없겠습니까?”
다시 정공이 물었다. “한마디 말로써 나라를 망하게 할 수 있다 하는데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공자가 말했다. “한마디 말로써 이와 같이 기약할 수 없겠지만 사람들이 하는 말 중에는 ‘나는 군주 된 것은 즐거울 것이 없고, 오로지 내가 말을 하면 어기지 않는 것이 즐겁다’는 것이 있습니다. 만일 군주의 말이 좋은데 어기는 이가 없다면 이는 실로 좋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만일 군주의 말이 좋지 못한데 어기는 이가 없다면 한마디 말로 나라를 망하게 함을 기약할 수 없겠습니까?”
나라건 기업이건 리더가 “내가 말을 하면 어기지 않는 것이 즐겁다”는 이 한마디가 바로 간사한 자들을 꼬이게 해 나라나 조직을 망하게 하는 말이다. 새 정부 요직에 검찰 출신이 너무 많은데도 주변에 직언하는 자가 없는 듯하여 공자의 말을 다시 읽어보았다. 특히 “과거엔 민변 출신이 도배하지 않았나?”라는 윤석열 대통령 발언은 이미 주변에 공자처럼 에둘러 직언하는 사람이 없음을 보여주는 듯해 실망스럽다.
'간신열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한우의 간신열전] [140] 조짐 혹은 기미 (0) | 2022.06.23 |
---|---|
[이한우의 간신열전] [139] 일식과 지진 (0) | 2022.06.16 |
[이한우의 간신열전] [137] 동이불화에서 화이부동으로 (0) | 2022.06.02 |
[이한우의 간신열전] [136] 천명미상(天命靡常) (0) | 2022.05.27 |
[이한우의 간신열전] [135] 찬물에 손 적시고 뜨거운 것 만져야 (0) | 2022.05.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