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139] 일식과 지진
고대 중국에서는 일식은 역사에 기록해도 월식은 거의 기록하지 않았다. 그것은 천문 현상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 인사(人事)에 대한 비판이었기 때문이다.
일식(日蝕)을 옛 기록에서는 일식(日食)이라고도 했다. 이때 식(食)은 수동태로 ‘먹힌다’는 뜻이다. 해는 당연히 임금이나 제왕의 상징이다. 그러면 누가 해를 먹는가? 황후와 후궁들, 외척, 환관 그리고 강한 신하[强臣] 순이고 저 끝쯤에 아첨꾼[諂諛]들이 자리한다.
우리는 고대사를 읽으며 고대 사람들의 과학 인식 수준이 낮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일식과 임금이 휘둘리는 일이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하지만 모든 일식을 다 기록한 것이 아니라 임금이 막히고 가려졌을 때[壅蔽] 일식을 끌어들여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수단이었음을 안다면 오히려 그들의 지혜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옹폐(壅蔽)란 임금의 눈을 막고 귀를 가린다는 뜻이니 귀 밝고 눈 밝은 총명(聰明)과 반대 개념이다.
지금도 대통령에게 간언이나 직언이 쉽지 않은데 고대 사회에서 자칫 황제를 지적해 비판했다가는 목이 날아가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 그래서 해를 끌어들인 것일 뿐이다.
“임금의 잘못은 일식과 같아서 잘못하면 모든 사람들이 다 보게 되고 고치면 모든 사람들이 우러러 보게 된다.” 그래서 공자도 ‘논어’에서 “진짜 잘못은 잘못을 알고서도 고치지 않는 것”이라고 했던 것이다.
지진(地震) 또한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다. 땅은 신하를 상징했다. 그러니 땅이 진동한다는 것은 바로 황후와 후궁들, 외척, 환관, 강한 신하, 아첨꾼들이 설치는 일을 경계시키기 위해 동원한 수사일 뿐이다. 해는 마땅히 “밝아야 한다”고 한다. 제자 자장이 “밝음”에 대해 묻자 공자는 “신하들끼리 중상모략이 행해지지 않게 잘 살피고 살갗을 파고드는 주변 사람들의 하소연을 끊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부인 팬 카페로 불필요한 논란이 있는 듯해 정리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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