健康 常識

[만물상] ‘롱 코비드’

bindol 2022. 6. 11. 05:20

[만물상] ‘롱 코비드’

입력 2022.06.11 03:00
 
 

자영업을 하는 60대 중반 최모씨는 지난 3월 코로나19에 걸렸다가 회복됐다. 그는 평소에 서울 남산 길을 가뿐하게 올랐다 내려왔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숨이 차서 쉬다 걷는 일이 잦아졌다고 한다. 콧물이 목 뒤로 넘어가고, 잔기침도 멈추지 않았다. 뭔가 이상하다고 여겨, 병원을 찾은 결과, 예상치 않게 천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축농증도 발견됐다. 요즘 최씨처럼 코로나 ‘덕’에 숨어 있던 질병이 악화되어 드러나는 환자가 많다.

▶일본 이비인후과에서는 코로나로 인한 인두염을 줄이고 재감염을 막기 위해 B스팟 요법을 한다. 긴 면봉에 염화아연 소독액을 묻혀서 코 안 깊숙이 넣어 목에 닿는 부위(B스폿)를 문질러 닦는다. 코로 마신 공기가 처음 목에 닿는 부위로, 먼지와 바이러스가 잘 붙어서 염증이 자주 일어나는 곳이다. 여기를 비벼서 바이러스를 털어내는 식이다. 50년 전 개발된 치료인데, 한동안 쓰지 않다가 코로나 유행 이후 인기를 얻고 있다. 우리나라 병원도 이를 시작하는 곳이 생겼다.

▶코로나에 걸리고 나서 머릿속이 흐릿하고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말하는 사람이 꽤 많다. 뇌 주변에는 뇌혈관장벽(BBB)이라는 게 있어, 외부 물질이 뇌로 들어가는 것을 차단한다. 뇌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이 빗장을 뚫고 뇌 안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냄새 맡는 후각 신경 통로를 타고 들어간다는 얘기도 있다. 코로나 감염 후에 오는 권태감, 우울감, 뇌 안개 현상 등이 뇌신경세포 코로나 감염으로 설명된다.

 

▶국내 코로나 확진자가 2000만명에 육박한다. 미국 통계에 따르면, 확진자 수의 약 50%는 자신도 모르고 앓고 지나간 감염자로 나온다. 그렇다면 한국서 코로나에 걸렸다가 회복된 이는 실제 3000만명으로 추산된다. 감염병 학자들은 에이즈 이후 이렇게 여러 인체 기관에 영향을 미치는 바이러스는 처음 본다고 말한다. 그러니 코로나 감염자 열 명 중에 일곱이 크고 작은 후유증을 호소한다. 흔히 ‘롱 코비드’라고 부른다. 후유증 클리닉이 우후죽순 생길 만도 하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코로나 후유증에 대한 대규모 조사를 실시해 진단과 치료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했다. 진작 했어야 한다. 요즘 후유증 없앤다며 마늘 주사, OO탕, 고농도 산소 등 근거 없는 치료가 횡행한다. 코로나 후유증은 한 가지 형태가 아니다. 호흡기내과, 신경과, 심장내과 등 여러 과가 통합 진료하는 곳을 가야 한다. 코로나19,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김철중 논설위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