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야당 출신에 맡긴 반도체 위원장, 이념·진영 떠나 반도체 사활 걸라
반도체 산업 전략을 진두지휘할 여당 반도체 특위 위원장 자리를 민주당 출신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맡게 됐다. 양 의원은 삼성전자에서 30년간 근무하고 임원까지 지낸 반도체 전문가다. 국민의 힘이 제안했고 양 의원은 이를 수락하며 “반도체는 경제이자 안보이고 여야와 이념이 따로 없다”고 밝혔다.
반도체는 우리 수출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핵심적인 산업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국가 안보 자산이자 우리 경제의 근간”이라며 직접 챙길 만큼 새 정부가 사활을 걸고 있다. “반도체 성패에 정권의 목숨이 걸려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현재 한국 반도체는 총체적 위기에 빠져 있다. 20년 가까이 지켜온 메모리 분야에선 70%의 시장 점유율로 세계 최강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인공지능·자율주행·사물 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급성장 추세인 비메모리 시장 점유율은 고작 3~4%에 불과하다. 작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전체 규모는 730조원이고 이 중 한국이 선두권인 메모리 비중은 30%에 불과하다. 나머지 70%를 비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했다. 비메모리는 8년 뒤 시장 규모가 무려 80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한국이 강한 메모리 시장은 쪼그라들고 한국이 약한 비메모리 시장은 급팽창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도 이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고 수십 개 기업을 앞세워 비메모리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반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문재인 정부의 반(反)기업 규제에 짓눌려 반도체 전략 수립과 투자 결정이 지연돼 5년 허송세월을 보냈다. 그 결과가 비메모리 ‘절대 열세’다.
그동안 한국이 IT 강국 반열에 오르고 세계 10위권 경제력을 키운 것은 반도체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도체가 무너지면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나라 경제의 흥망이 걸린 반도체 같은 중추 산업 앞에서 이념, 여야 대결이 무슨 소용이 있나. 야당도 이 문제에서만큼은 얄팍한 진영 논리를 접고 반도체 사활에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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