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聞column

서진영의 CEO 명심보감] [18] 무인양품의 '3無 전략'

bindol 2018. 9. 21. 05:47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원장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원장

창립 후 매출을 늘리며 순항하던 일본 무인양품(無印良品·MUJI)은 2001년 38억엔(약 380억원)의 적자를 내며 추락했다. 당시 마쓰이 다다미쓰(松井忠三) 최고경영자(CEO)가 꺼내 든 회생 전략을 인문학적으로 풀이하면 '회사후소(繪事後素) 경영'이다.

'논어(論語)' 팔일(八佾) 편에 나오는 '회사후소'는 '그림 그리는 일은 흰 바탕이 있은 이후에 한다'는 뜻이다. 동양화에서 흰 바탕이 없으면 그림을 그릴 수 없듯, 기업 경영에서도 본질에 충실한 게 중요하다.

마쓰이는 이를 위해 세 가지 꾸밈을 생략하는 '3무(無) 전략'을 실행했다. 상품 어디에도 브랜드 표시를 하지 않는 '無브랜드(No brand)' 전략이 첫째다. 도장이 없는(無印), 즉 브랜드는 없지만 품질 좋은 상품(良品)으로 승부를 건 것이다.

이는 광고·홍보비를 줄여 제품 자체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無마케팅(No marketing)' 전략으로 연결된다. 소비자에게 '필요 없는 물건은 안 판다'는 방침에 따라 광고를 극소화하고 생활에 꼭 필요한 상품만을 공급했다. 무인양품이 일본 '미니멀리즘(minimalism·간결함을 추구하는 흐름)' 열풍의 대명사가 된 배경이다.

셋째는 '無디자인(No design)'으로 화려한 디자인이나 무늬가 없는 단순한 모양의 제품을 공급한다. 불필요한 것은 덜어내 크기를 줄이고 최대한 생략하는 여백의 미를 통해 어디에 두어도 어울리는 디자인 제품을 판매한다. '사람마다, 사용 방법에 따라 다양한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는 발상에서 목표 고객층을 한정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의 만족을 추구했다.

28개국, 900여 매장에서 약 3조4000억원(2016년 회계연도)의 매출을 올린 무인양품은 '세계인이 공통으로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는 목표 아래 외국에서도 제품·마케팅 메시지에 별 변화를 주지 않는다. '본질'에 충실한 뚝심 경영이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