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기자의 시각] 민변 출신의 법무부 ‘알박기’

bindol 2022. 7. 2. 04:50

[기자의 시각] 민변 출신의 법무부 ‘알박기’

입력 2022.07.02 03:00
 
 

문재인 정부 때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은 우대받았다. 법무부의 ‘탈(脫)검찰화’ 명분을 내세워 외부 공모를 통해 과장급 이상 개방직에 민변 출신 8명을 앉혔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섰지만, A 국장 등 2명은 아직 남아 있다. 이들은 법에 따라 60세까지 정년이 보장된다. 인사를 통해 보직을 바꿀 수 있지만 본인 의사에 반해 법무부 밖으로 내보낼 순 없다. 퇴직을 종용했다간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닮은꼴이 될 수 있기에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민변 출신의 법무부 ‘알박기’란 말이 나온다.

지난 5월 회식 자리에서 법무부 간부들이 언성을 높인 일은 이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전말은 이렇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법무부 수장이었던 박범계 장관의 이임식이 끝나고 법무부 간부들이 모였다. 이 자리에서 법무부 과장인 현직 부장검사들이 앞서 국회에서 통과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분위기가 격앙됐다. 이들 얘기를 듣던 A 국장이 “과거 검찰이 수사·기소권을 남용했던 일부터 반성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고는 B 과장(부장검사)을 향해 직함을 빼고 이름만 부르며 반말로 “잘해야 한다” “법무부에 남아 검찰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B 과장은 A 국장에게 항의하며 먼저 자리를 떠났다. 다음 날 A 국장은 B 과장에게 문자메시지로 “결례한 것 같다”고 했고, B 과장이 “괜찮다”고 답하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지난달 말 정기 인사를 앞두고 이 일이 다시 불거졌다. A 국장은 본지 통화에서 “변호사 시절 맡았던 사건의 담당 검사로 B 과장을 알고 있어서 이름을 한 차례 불렀을 뿐”이라며 “대화 중간에 (나도 모르게) 반말이 섞였을 수 있겠지만, 반말한 기억은 없다”고 했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술자리에서 있었던 일이 뒤늦게 알려져 곤혹스러워하는 느낌이었다. B 과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더는 문제 삼고 싶지 않다”고 했다. 법조계 한편은 “민변 출신을 한직으로 보내려는 흠집 내기”라고 했고, 다른 편에선 “알박기 부작용”이라고 했다. 시끄러워지자 법무부가 나서 진상 조사 중이다. 민변 출신들은 최근 인사에서 자리를 지켰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새 장관이 취임한 상황에서 뜻 맞는 사람을 기용해 정책을 펼쳐야 하는데, 주요 보직에 기조가 다른 사람들이 버티고 있으니 법무부 내부에서도 답답해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물론 법무부 내 모든 공직자가 똑같은 생각을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회식 자리에서조차 서로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엇박자’를 내지 않고 제대로 된 법무행정을 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애먼 피해를 당하는 국민이 없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