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현진의 돈과 세상] [78] 이름뿐인 허구
모파상의 단편소설 ‘목걸이’는 허구를 좇는 비극을 다룬다. 주인공이 친구에게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빌려 파티에 갔다가 그만 잃어버렸다. 10년 넘게 그것을 변상하느라고 행복을 잃었다. 알고 보니 잃어버린 것은 모조품이었다. 허구를 좇다가 인생을 낭비했다.
과학의 세계에서도 그런 낭패가 벌어진다. 물질의 연소 현상이 잘 알려지지 않았을 때 과학자들은 그것을 물리적으로 접근했다. 즉 나무가 불에 타서 숯덩이가 되면, 플로지스톤(phlogiston)이라는 물질이 나무에서 빠져나간 때문으로 추측했다. 수많은 과학자들이 그것을 찾아 헤맸다. 그런데 프랑스의 라부아지에가 “연소는 물질이 산소와 작용하는 화학적 현상”임을 밝혀냈다. 결국 과학자들이 100년 넘게 찾아 헤맸던 플로지스톤은 허구였다.
또 다른 예가 있다. 빛이나 물결은 서로 간섭하거나 회절한다. 파동이 갖는 특징이다. 파동은 매개 물질이 있어야 전달된다. 따라서 빛의 매개 물질을 찾는 것이 과학계의 큰 숙제였다. 학자들은 그것에 에테르(aether)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200년이 넘도록 찾지 못했다. 그 오랜 수수께끼를 푼 것은 아인슈타인이었다. 그의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에너지(파동)와 질량(물질)은 서로 전환(E=mc²)되며, 빛은 파동이면서 물질이다. 빛이 물질이라면, 그것을 설명하려고 에테르라는 매개 물질을 애써 동원할 필요가 없다. 즉 에테르는 이름뿐인 허구다.
경제에서도 플로지스톤과 에테르 같은 것이 있다. 경제학자들은 설명하기 힘든 것들을 설명하려고 자본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그들의 눈에는 기계도, 건물도, 지식도 전부 자본이다. 하지만 공통점을 찾기 어렵다. 보다 못한 경제학자 조안 로빈슨이 탄식했다. “자본이라는 이름은 난무하지만, 진짜 자본은 없도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한 구절을 패러디하여 자본의 허구성을 꼬집은 것이다. 허구를 좇는 비극을 그린 모파상이 1893년 오늘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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