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현진의 돈과 세상] [80] 미 재무장관의 방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한국에 왔다. 한미 경제협력을 위해서다. 미국의 대통령은 오바마, 트럼프, 바이든이 연이어 한국을 찾았지만, 재무장관의 방한은 드물었다. 이번 방한은 2016년 제이컵 루 장관 이후 6년 만이다.
미국 장관 중에서는 국방장관과 국무장관이 한국을 빈번하게 찾았다. 양국의 최대 관심사가 한반도 안보였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과 세계의 금융시장을 살피는 재무장관은 한국에 올 이유가 별로 없었다. 차관급 이하가 아주 가끔 한국에 들렀다.
재무부보다는 상무부와 농무부 장관이 찾아와 통상과 원조 문제를 협의할 때가 많았다. 아니면 대외활동처(FOA)나 국제개발처(AID) 대표들이 방문하여 원조 보따리를 풀어놓곤 했다. 한국은 그들이 반가우면서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그 시절 미국 고위 관리들이 한국을 찾으면 경제 부처 장관들이 주한 미국 대사관에 우르르 불려가서 경제정책이나 재정 안정 계획을 설명했다. 미국에서 받은 잉여 농산물을 국내에 팔아서 조달한 자금(대충 자금)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보고할 의무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한미 합동경제위원회(CEB)니 한미 경제협력위원회(ECC)니 하는 기구가 설치되었다.
‘을’의 서러움이 담긴 그 기구들은 1970년 해체되었다. 하지만 잉여 농산물 지원(PL480)은 계속되었다. 1981년 마침내 그 지원이 끊기자 미국의 요구 수준이 한층 까다로워졌다. 1984년 서울에 온 도널드 리건 재무장관은 덤핑 수출을 경고하고 금융시장 개방을 요구했다. 그 차가운 태도에 우리 정부가 당황했다. 이듬해인 1985년 제임스 베이커 재무장관이 IMF 연차 총회 때문에 서울을 찾아와 진척 상황을 캐물었다. 이번에는 우리도 맞받아쳤다. 한덕수 상공부 산업정책과장이 거기 있었다.
한미 양국이 갑과 을 관계에서 수평적 관계로 진화했다. 한국을 찾은 옐런 장관에게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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